백원선, '멈춤(Pause)' 84x84cm, 한지에 먹, 2007

백원선의 작품은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린 것을 자꾸 덮어 감추면서 보일 듯 말듯 드러내는 것이 작품의 매력이다. 절제의 미학은 한지 속 '여백의 미'를 통해 극대화된다.

최근 그의 작품에는 말과 비보이(B-boy) 등 역동적인 순간의 그림이 많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작품 제목은 모두 '멈춤(Pause)'이다. 말은 달린다는 상징 때문에 역으로 '멈춤'으로 표현된다. 그림 속 말은 모두 멈추어서 멀리 바라보기를 하는 중이다. 작가는 "멈춤에서 움직임을 시도한다"고 말한다.

사진 속 작품은 흑과 백이라는 두 개의 기조로 이루어진다. 흰 바탕에 반복되는 원형을 겹친다.

원래의 바탕 위에 하나의 막을 씌우는 구조로 이루어진 셈이다. 자유롭게 처리된 운필의 자적 위에 또 하나의 원을 여려 겹 겹쳐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는 시스템이다. 이 원 안에 달림의 상징, 말이 멈추어 있다.

밖은 견고한 껍질로 덮여 있지만 안은 박동치는 에너지로 숨쉬고 있는 생명현상처럼 백원선의 작품은 생명의 약동과 절제된 밖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베아르떼에서 29일까지 전시. 02)739-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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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