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 옥토로 바꾸는 자연비료

자운영.(紫雲英) 자주빛 구름처럼 아름다운 꽃부리. 자운영이 가득 핀 남도의 봄 들녘은 말 그대로 세상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여러 가지 분홍빛들을 적절히 섞어 놓은 헤아릴 수도 없이 않은 꽃송이들이 구름이 펼쳐지듯 가득하여 황홀하다.

아직은 조금 때가 이르나 겨울이 모질지 않은 남쪽에선 간혹 자운영 무리를 만난다. 더러 나비들을 불러 모으러 일부러 가꾸기도 한다. 사실 자운영이란 식물은 태생이 우리 꽃은 아니다.

고향이 이웃 중국쯤 되는데 아주 유용하여 이리저리 심게 되고 더러는 그렇게 심어졌다가 옆으로 뛰어나간 씨앗들이 저절로 자라나, 말 그대로 귀화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커 나가기도 하니 넓은 의미로 우리 풀이라 한들 누가 허물이라 할 수 있을까. 이 풀이 이땅에서 얼마나 곱고 얼마나 긴요한지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자운영은 콩과에 속하는 월년초라고 한다. 월년초라 함은 지난해 뿌려진 혹은 남겨진 씨앗에서 싹이 트고 겨울을 지낸 후 이듬해 꽃피어 열매 맺고 사라지는 식물들을 말한다.

사람들이 자운영을 심기 시작한 것은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아름다운 식물은 땅속에서 뿌리 끝에 공생해 사는 뿌리혹박테리아들이 이용할 수 없는 형태로 공중에 있는 지천으로 많은 그러나 이용할 수 없었던 질소들을 영양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고정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이 되어 물대기를 멈추고 벼를 베어낸 후 자운영 씨앗을 뿌린다. 겨울을 견뎌야 하니 추운 중부지방에서 이 아름다운 자운영 무리를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자운영들은 남들이 농한기라 놓아둔 그 남도의 논과 밭에서 열심히 벼를 키워 내느라 거칠어질 이 땅을 비옥하게 바꾸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봄이 제대로 오면 꽃을 피워 우리의 마음을 빼앗았다가 이내 모내기를 하기 위해 뒤집은 흙 속으로 사라진다.

한동안 이 자운영 키우기가 시들하기도 했지만, 요즈음엔 화학비료를 대신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우선 보기도 좋고 곤충도 부르니 이러저러한 생각으로 일부러 심어 키우는 곳이 늘기 시작하여 마음 먹으면 자운영 구경이 크게 어렵지 않게 되어 반갑다.

자운영은 잘 보면 토끼풀처럼 생겼다. 꽃 색이 아름답고 조금 큰 토끼풀 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잎은 토끼풀처럼 3장씩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까시나무처럼 여러 장의 잎들이 줄줄이 달린 모습이다. 자운영이 자라는 곳은 그냥 한 무리의 군락 같지만 가까이 보면 한 포기가 뿌리에서 많은 가지를 만들어 아주 큰 다발처럼 자란다.

자운영 꽃이 피는 그 들판의 하늘에선 종달새가 울고, 아이들은 지천인 꽃송이들을 엮어 목걸이도, 반지도, 화관도 만들며 봄을 만끽한다.

자운영의 무성한 잎들은 풀을 먹는 많은 가축에게 아주 맛난 사료가 되고, 자연의 일부처럼 사는 사람에게도 구한 먹거리가 될 수 있어서 꽃이 필 무렵의 부드러운 잎과 줄기는 날것으로 무쳐먹어도 살짝 데쳐 양념을 해 먹어도 밥에 나물로 넣어 먹어도 맛과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음식이 된다. 홍화채(紅花菜)라는 한자 이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멋을 더하는 이들은 꽃송이들을 화려한 음식으로 쓰기도 한다.

물론 좋은 약초가 되기도 해서 많은 증상들에 효과가 있다고 소개되는데 보통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눈을 밝게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자운영 피어있는 따사로운 봄의 들녘은 각박하고 메말라 가는 우리 내 가슴속 마음의 병들을 치유해줄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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