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전주의 진수 선보인 부활을 향한 입맞춤고대신화를 화폭에 옮겨… 수많은 미술사가들에게 감탄·의문 던져준 화제의 걸작

마치 천상의 꿈을 꾸는 듯한 이 작품은 프랑수아 제라르(1770-1837) 남작이 그린 <프시케와 에로스>다. 무엇보다 전세계의 수많은 미술사가들과 비평가들의 감탄과 의문을 동시에 던져주는 화제의 대상으로도 기나긴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과 의문들이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그림 속의 에로스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인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 다만 누군가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젊은 남성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그렸으리라는 가설에서만큼은 미술사가들의 의견이 분명하게 합치한다.

작품의 묘사기법과 완성도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프시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 모델이 존재했었는지에 대해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또하나의 수수께끼는 그림 상단부, 프시케의 머리 위에 날고 있는 나비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다. 그리스어인 이름 ‘프시케’의 뜻이 의문을 더욱 부추긴다. 프시케는 어원상 ‘영혼’이라는 뜻과 불안전성을 의미하는 ‘나비’라는 뜻, 두가지로 쓰인다. 왜 굳이 프시케의 머리 위로 아름다운 나비를 배치했을까? 정확한 작가의 심중은 지금도 미제로 남아있다.

논점거리가 하나 더 있다. 동일작품에 대해 두가지 작품명이 존재한다는 문제다. <프시케와 에로스>라는 이름 외에도 이 작품은 <에로스로부터 첫 키스를 받는 프시케>라는 또다른 작품명을 갖고 있다.

작가 제라르는 1798년 살롱전에서 자신의 이 작품에 대해 <프시케와 에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어느날부터 <에로스로부터 첫 키스를 받는 프시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웠다. 이는 판화 모음집 <미술관과 근대 미술학교 연대기>의 저자, 샤를 폴 랑동의 작명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이 작품은 고대 신화에 나오는 프시케와 에로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그중에서도 1669년 장 드 라퐁텐이 아풀레이우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희곡 <프시케와 에로스의 사랑 이야기>중 한 장면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간세계의 아름다운 여성 프시케는 신들의 금기를 어기고 자신과 사랑에 빠진 에로스 신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한 호기심의 유혹에 빠져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온갖 시련끝에 극적으로 에로스의 입맞춤을 받으며 다시 살아난다. 작품 속 에로스의 입맞춤은 단순한 사랑의 의미를 넘어 부활을 향한 입맞춤이다.

<프시케와 에로스>는 조각처럼 부드럽고 매력적인 신고전주의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특히 프시케를 통해 묘사된 여성의 길고 섬세한 코와 반듯한 타원형의 얼굴은 신고전주의의 전형을 나타낸다.

이는 당시 미술사가들로부터 ‘완벽할만큼 이상적인 미’로 격찬받았다. ‘우주의 가장 은밀한 신비를 실체로 보는 듯하다’는 비평가들의 표현 그대로, 백옥같은 피부와 몸 전체에 드러나는 투명감이 환상처럼 빛난다. 캔버스에 유채, 186 x 132cm.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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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