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림·무나카타 시코 展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나라의 작가가 있다.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각기 또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같은 아시아권, 더구나 한때 같은 공간, 같은 세월을 공유한 사승관계에서 어떻게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흥미롭다.

작가 최영림과 그의 일본 시절 스승인 무나카타 시코의 작품세계를 나란히 선보이는 한․일작가전 <최영림,무나카타 시코>展이 덕수궁 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영림은 한국화단의 목가적 서정주의를 대변하는 작가로, 이번 행사에서 흑색시대, 황토색시대, 설화시대로 나누어 그의 화풍에 무엇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 작가 무나카타 시코는 베니스 비엔날레 및 상파울로비엔날레 대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화가. 일본 특유의 장식미를 현대적 미감으로 승화시킨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공통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와 공감을 주는 작품들이다. 어쩔 수 없는 아시아권역 고유의 생활과 정서에 기반했기때문일 것이다. 포근하고도 친근한 느낌이 국적과 상관없이 스며있다.

두 작가의 작품은 크게 네가지 영역으로 떼어내어 이야기되고 있다. 우선, ‘이야기를 건네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1965년작 <심청전에서> 등 최영림이 심청전이나 장화홍련전 등 우리나라의 전래 민담이나 전설, 설화를 말하고 있다면, 무나카타 시코 역시 야마토 타게루 왕자의 일생이나 일본의 소설가 등 예술가들의 작품을 테마로 다루고 있다. 살아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특색을 공히 지니고 있다.

또한 두 작가 모두 상당수의 여성 누드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특색이자 공통점이다. 게다가 모두 에로틱하다. 다만 각자 겨냥한 본질이나 인상은 다소 다르다. 나부를 그린 <꽃바람>을 비롯, 최영림의 작품속 여인들은 궁극적으로 새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로서의 여성 이미지가 강하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1950년작 <여인>도 어쩐지 눈물이 그렁해보이는 큰 눈, 굳게 다문 입술이 인내의 고전적인 한국 여인상을 대변한다. 반면 무나카타의 작품속 여성상은 생명력이나 모성보다는 일본의 미학이 지닌 특징 일부인 장식미를 앞세운 여성들이 등장한다. ‘스타일’에 집중시킨 것이 독특하다.

불교적 소재 역시 역시 두 사람 모두 적극적으로 접근한 미술적 명제다. 평론가들은 ‘최영림의 경우 자신의 마음속 기원의 표출이자 한국적 정서, 민족의 염원을 담은 민속적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무나카타가 표현한 불교 세계는 민예파의 교류를 통해 불교적인 작품 작업을 시작한 영향에 따라, 나한, 인왕, 아수라, 풍신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한 불교 권속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무나카타 시코의 '화수송'

최영림의 작품이 지닌 느긋하고 해학적인 분위기도 눈에 띈다.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호랑이가 넉살좋게 인간과 어울려 낙원을 뒹구는가 하면, 1975년작 <경사날>처럼 남몰래 새색시를 흘끔흘끔 훔쳐보는 수줍은 새신랑의 모습도 있다.

무나카타의 작품으로 <우주송>,<두 보살과 석가 십대제자>,<화수송>등 눈여겨볼 만 작품들이 즐비하다. 전시회에는 두 사람의 유화, 판화, 드로잉 등 120여점과 함께 두 작가간의 교류와 교감을 엿볼 수 있는 서신자료도 공개돼 있다.

국립현대무술관과 일본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행사는 두 작가의 세계를 차근차근 대조해가며 감상하면 훨씬 유익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전시기간동안 교양 미술아카데미, 토요 미술체험활동 등 유익한 부대행사들이 펼쳐지므로 ‘교양미술’ 학구파들에게는 더욱 도움이 될 만하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