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러운 노란 꽃망울 너무 고와라

산자락, 양지바른 곳이 유난히 환하다 싶어 보니 솜방망이가 이곳 저곳 피어있다.

봄꽃들은 대게는 고물고물 올라와 오종종 키가 작은데 쑥하니 올라와 크고 환한 꽃들이 달리고 보니 자꾸 눈길이 간다. 같은 모양을 하고 여름에 가을에 피었다면 이만큼 주목받지 못했을 터인데 …. 역시 부지런하면 뭐가 보탬이되도 되는가 보다.

솜방망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무릎 높이쯤 자란다. 이른 봄이 되면 땅위에 솜털을 가득달고 있는 넙적한 잎들이 바닥부터 겹겹이 달리고, 그 가운데서 역시 하얀 솜털로 뒤덮힌 말린 꽃자루가 올라오기 시작하고 이내 쑥 키를 올려 그 끝에 꽃차례를 매어단다. 여러개의 꽃송이들이 둥글게 키를 맞추어 달려 때론 노란 꽃우산처럼 때론 노란 꽃 공처럼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 왜 솜방망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도 같다. 우선 식물체전체가 흰 솜털러 덮혀 있고, 특히 어릴때는 더 하다. 그리고 하나의 줄기가 쭐 올라와 꽃들이 맺히니 그리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고운 꽃을 두고 힘없고 기능이 약힌 방망이의 대명사 ‘솜방망’이라고 부르면 약간 억울하다. 꽃솜방망이라면 모를까.

**** 등 여러 이름들이 있지만 특히 한자 이름중에는 구설초(狗舌草)란 명칭이 있다. 개의 혀바닥이라….

처음 이 이름을 붙인 이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지면 가까이 달리는 넙적한 잎새들은 아닌게 아니라 숨을 헐떡거리며 길게 내밀고 있는 개의 혀바닥을 닮아 그리 붙였다는 이의 주장을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예쁜 곳에 붙이 개구진 이름이 정답기도 하고.

솜방망이는 쓰임새로 보아도 우리 가까이 있던 식물이다. 우선, 어린 순을 먹기도 하지만 약간의 독성도 있다니 우려먹는 것이 안전할 듯 하다. 약으로는 폐결핵, 가래를 삭히는데, 땀 내는데, 감기 등에 이용되었단다.

현재의학에서도 이 솜나물을 비롯한 같은 집안 식물들이 다양하게 연구되어 그 약성이 알려지고 있는데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약리실험 결과로 백혈병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고도 하고, 이 식물의 성분이 근육이나 혈관 동공 등의 긴장을 풀어주어 경련성 질환에 처방하는 약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올 겨울에는 몇 년 동안 잘 비껴갔던 감기에 지독하게 걸려서 고생을 했다. 심각한 중상은 없어졌지만 개운하지 않은 감기의 뒷 끝이 미열이나 가래같은 모습으로 오래 오래 남아 있다. 주변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솜방망이 이야길 하면서 옛 어른들처럼 이 풀의 뿌리나 줄기의 도움을 받아 감기를 물리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내 몸 좀 편하자고 어찌 이 고운 풀에 데겠는가. 산자락에 따사로운 봄 볕을 모두 받아 피어나는 솜방망이 필 무렵이면 그 봄의 기운으로 몸을 차지하고 있는 나쁜 기운일랑 다 날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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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