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락지서 3만여 그루 노란 꽃망울 터뜨려… 게르마늄 온천은 여행 보너스

섬진강과 지리산이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길지(吉地)에 있는 구례는 택리지를 쓴 이중환이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꼽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구례 땅에 가면 ‘길지란 이런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안온한 지세와 주위 풍광이 뛰어나다.

특히 지리산의 든든한 산줄기가 흘러내려 섬진강과 맞닿는 구례 산동면 일대 마을들은 유난히 봄볕이 따사로운 곳이다. 이곳에 봄이 오면 방금 샛노란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낸 듯, 몽환적인 그림이 펼쳐진다.

3만여 그루의 산수유가 서로 앞 다투어 꽃망울이 터트리고 있는 산동마을 돌담길은 봄처녀의 설레는 가슴처럼 감동이 넘치는 서정적인 꽃길이다.

산수유마을에 흐르는 개울가 곳곳의 넙죽한 반석에 올라앉으면 꽃구경하기 안성맞춤. 마을 안으로 접어든 샛길들의 이끼 낀 돌담 너머 노란 산수유 꽃무리 사이로 보이는 논둑에도 희미한 초록빛이 감도는 광경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감동이다.

산수유 꽃은 꽃잎이 2mm 가량으로 매우 작기 때문에 꽃송이 하나로는 아름답다거나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수백 그루씩 무리 지은 산수유 나무가 동시에 피어나면 그 어느 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화사하다.

‘영원불변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산수유 꽃은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산수유 꽃이나 열매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전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로부터 구례 지방은 '산수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지금도 국내 산수유열매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례군 생산량의 85%는 산동면에서 난 것이라고 한다. 면적 100여㎢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산수유의 양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 되는 셈이다.

이런 산수유가 이 지방의 특산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0여 년 전부터라고 한다. 해발 200∼500m의 분지나 경사가 급한 산비탈에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더 잘 자라는데 산동면의 계천리, 대평리, 위안리 등지에는 오래된 산수유 고목이 숲처럼 우거져 있다. 이 가운데 위안리 상위마을은 가장 대표적인 산수유마을로 손꼽힌다.

산수유 열매는 한약 재료로 쓰이는데 상위마을로 꽃구경을 가면 지난 가을에 따서 말린 산수유를 구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이 열매는 신장계통 및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에도 효능이 있으며 오줌싸개, 식은땀을 흘리거나 손발이 찰 때, 부인병 등 각종 성인병에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장기복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또한 긴장감, 압박감에 시달리거나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도 정신을 맑게 해주며 남성 건강과 정력에도 으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상위마을에서 산수유 꽃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중동마을에 이르게 된다. 중동마을은 지리산 온천타운이 있어 온천욕의 명소로 눈길을 끄는 곳이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온천타운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지리산온천은 전북 고창의 석정온천과 함께 대표적인 게르마늄 온천으로 꼽힌다. 이른바 '기적의 물'로 불리는 게르마늄 온천수는 노화방지를 비롯하여 피부미용, 피로회복, 신경통 치료 등에 큰 효험이 있다. 산수유 꽃에 파묻혀 고향의 정취를 느껴 보며 온천욕도 즐기는 구례 산수유 꽃 여행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봄 여행이 될 것이다.

■ '영원불변의 사랑을 찾아서' 산수유 축제 한창

3월 20일부터 23일 사이에 구례 산수유마을을 찾게 되면 흥겨운 잔치 한마당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에서 펼쳐지는 산수유 축제는 올해로 열 번째. 꽃말에서 비롯된 '영원불변의 사랑을 찾아서'란 주제로 산동면 일대에서 펼쳐진다. 문화관광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 가운데 하나인 ‘대표축제’로 선정되어 있어 그 규모가 크고 행사도 다채롭다.

계척마을 산수유시목지에서 한해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풍년 기원제를 시작으로 시작되는 산수유 사랑 떡 나눔 행사, 산수유 꽃 축제 열린 무대, 산수유사랑가요제 등이 축제 기간에 이어진다. 축제의 주제인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행사 기간 중 한 쌍의 사랑하는 이들을 선정하여 영원불변의 사랑을 서약하는 결혼식도 진행되고 사랑페스티벌, 추억의 포크송 등 주제에 어울리는 행사도 열린다.

지난해 까지는 축제장 안의 공연 무대를 중심으로 축제가 펼쳐졌으나 올해부터 행사장을 산수유 군락지까지 넓혀서 꽃구경을 온 관광객들이 축제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산수유의 노란 이미지를 더욱 부각 할 수 있도록 노란 바람개비를 행사장 전역에 설치 "노란세상" 분위기를 연출한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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