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도어 엘리스 : 창조적 파격 스타일그린 럭시스트 : 자연 그대로의 소재 사용미스터 올마이티 : 미래지향적 환상 연출네오-가제티어 : 재활용한 듯한 자유로운 의상

트렌드 정보 및 컨설팅기업 (주)아이에프네트워크(www.ifp.co.kr)가 얼마 전 세계적인 정보회사가 발표하는 최신 트렌드 정보와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주요현상을 분석해 소비 트렌드를 도출하는 '트렌드워치' 설명회를 열었다.

올해 트렌드워치에서 발표한 메가 트렌드는 ‘넥스트-도어 엘리스(Next-door Alice)’, ‘그린 럭시스트(Green Luxist)’, ‘미스터 올마이티(Mr. Almighty)’, ‘네오-가제티어(Neo-Gadgeteer)’ 등 4가지.

트렌드워치에서 발표한 이 네 가지 소비코드가 어떻게 패션 속에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넥스트-도어 엘리스는 초현실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상식을 깨는 기발함과 역발상의 미학을 풍기는 엘리스가 우리 옆집에 사는 이웃이라는 뜻. 그만큼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소비자그룹이 확산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소비코드다. 넥스트-도어 엘리스 소비그룹은 상식과 통념을 뒤집으며 쾌감을 누린다. 이러한 트렌드는 장기 경제불황의 여파로 생활경제 고통지수가 급상승하면서 일탈을 꿈꾸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음을 반영한다.

돈 속에서 헤엄치고 싶은 현대인들의 욕망을 담은 지폐 모양의 거품 비누, 19세기 교도소를 컨셉 그대로 옮겨 놓은 호텔 등이 넥스트-도어 엘리스 소비군을 위한 전략 모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패션에서는 퇴폐적인 뉘앙스가 낭만주의의 분위기를 타고 ‘몽환적인 낭만주의’ 성향의 디자인 테마로 표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교적이고 역사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이 로맨틱하게 재해석되며, 아름답고 부서질 듯한 오브제(objet)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등장한다.

파충류의 광택을 연상시키는 훌라(Furla)의 신발, 비취석으로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한 루이뷔통의 주얼리, 프랑스의 주얼리 디자이너 티에리 방돔(Thierry Vendome)이 선보인 자갈의 한 가운데 화이트 골드를 끼워 넣은 독창적인 디자인의 팬던트 등이 초현실적 패션의 예다.

그린 럭시스트는 자연의 가치를 소유하고 향유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룹이다. 자연의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가운데 자연의 유한성이 현실화되고, 그 자체가 희소가치를 가지면서 자연을 누리는 것이 최고의 사치가 되고 있다. 그린 럭시스트 소비그룹을 공략하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 자체를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한 ‘럭셔리한 네이처’ 디자인이 마케팅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티에리 방돔(왼쪽) 이브생로랑 가방(가운데)

연못의 생태환경을 수영장에 담거나, 원시적 자연 속에서 정신과 신체를 치유하는 에코 럭셔리 스파 등이 최근 들어 그린 럭시스트 성향의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부서지고 갈라진 지표면 등 자연상태 그대로의 ‘거침’을 오히려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여기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악어 핸드백의 인기가 증가하는 것도 그린 럭시스트 소비코드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패션에서 그린 럭시스트를 겨냥한 상품은 어떻게 출시되고 있을까. 이브생로랑은 최근 그라데이션(점층법) 효과가 특징인 가방을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그라데이션 소재 가방은 한 가지 색상이 다양한 톤으로 보여 자연스러운 생동감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엔자 슐러는 원석을 붙여 놓은 것 같이 거친 표면의 코트를 출시했다.

미스터 올마이티는 순응하지 않는 삶, 즉 창조주의 관점에서 도전적인 삶을 사는 소비군이다. 이들은 테크놀러지의 주체로서 상황과 여건을 자유자재로 주도하고자 한다 유전자 코드를 분석해 유전학적인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짝을 매칭해서 완벽한 2세 보장하는 데이트 서비스나 실내 온도가 올라가면서 꽃이 피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벽지 등이 이들의 소비코드를 반영한 상품이다.

재활용한 듯한 자유로운 의상

돌체앤가바나는 올 봄 소재에 LED(발광다이오드)를 삽입해 번쩍거리는 의상을 선보였다. 테크놀러지를 가미한 의상은 인간의 운명을 제어하려는 미스터 올마이티적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네오-가제티어는 유비쿼터스의 삶에 휴머니즘과 미학이 결합된 소비 그룹이다. 만화 ‘형사 가제트’에서처럼 분주하고 분산된 생활패턴이 가속화되면서 현대인들은 이동성, 연결성,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실용적 삶을 추구하는 동시에 개인화와 기계화를 해소하기 위해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소통과 네트워크 또한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네오-가제티어의 코드를 반영한 제품 중 두개의 의자와 테이블을 붙여 놓은 듯한 의자가 있다. 이 의자는 연령대가 다른 여려 명의 자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능을 위해 만들어졌다. 의자가 마주보고 있어 아이들끼리 또는 부모와 한 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밖에 가구와 공간의 물리적 경계를 허무는 상품들, 예술적 감성을 가진 실용적인 상품 등도 네오-가제티어 소비코드에 부합한다.

디자인에서는 점, 선, 면, 각 등 기본 요소에 충실하고, 건축에서 보이는 기하학적인 조형미와 상징적인 힘을 가진 원색을 접목시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올 봄 컬렉션에서 마크 제이콥스는 컬러 블록 효과로 마치 옷을 꺼내어 입은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의상을, 질 샌더는 건축적인 프레임을 연상시키는 하이힐을 선보였다. 또, 폴 스미스는 재활용한 듯한 자유로움 속에 강한 원색으로 멀티기능을 강조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