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와인 '뿌삐유 아띠삐끄'·세계 최초 한국서 론칭되는 '일레큐'등 새 제품 출시 잇따라보르도·뉴질랜드의 다양한 와인도 매니아 입맛 유혹

뿌삐유병 (와이니즈 제공)
이산화황이 첨가되지 않은 유기농 와인 ‘뿌삐유 아띠삐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판매되는 와인 ‘일레큐’. 값싸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보르도 와인 100가지, 뉴질랜드 와인의 대거 상륙 등….

국내 와인 시장이 급성장하고 와인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신작’와인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보다 새롭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차원의 ‘새로운 와인’들이 앞 다퉈 국내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는 것.

이들 신작 와인은 와인 브랜드나 포도 품종, 국가 차원의 변화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와인의 유통이나 포도 재배 및 제조 과정 등 다른 영역에서도 차별화를 꾀하며 국내 와인 다변화 추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프랑스 보르도의 대표적인 포도 재배자 조합 유니비티스 (UNIVITIS)는 프리미엄 보르도 와인 ‘일레큐 (il est Q)’를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판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레큐는 유니비티스가 독자적으로 새롭게 출시한 와인. 5월 27일부터 홍콩에서 열리는 와인 박람회 빈엑스포 (Vinexpo) 아시아 태평양 전시회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인데 이보다 두 달 빠른 3월말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다.

보르도 와인 시음회(왼), 뉴질랜드 와인 시음행사(오른)

1984년 보르도와 프랑스 남서부 지역의 소규모 포도 재배자들에 의해 설립된 유니비티스는 현재 230개의 조합원들이 2,000 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연간 15만5,700 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에는 64만 케이스를 판매, 2,120만유로의 매출을 기록해 보르도 최고의 와인 생산자로 명성을 얻었다. 무똥 까데 (Mouton Cadet), 카스텔 (Castel), 두르뜨 (Dourthe), 크레스만 (Kressmann)과 같은 보르도 유명 와인 브랜드에 재배한 양질의 포도도 공급중이다.

때문에 일레큐의 출시는 와인 유통의 중간 단계격인 네고시앙을 거치지 않고 재배자들끼리 힘을 모아 새롭게 선보인 와인 브랜드란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와인의 생산 유통 단계에서 가장 커다란 한 부분을 생략하게 됐다는 점에서 품질의 향상과 가격 거품을 제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수입사인 ㈜아영FBC 김영심 마케팅실장은 “와인 가격의 15%는 더 낮출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레큐의 소비자 가격은 2만6,000원.

유니비티스가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 결정한 데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와인 소비 문화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니비티스의 프레데릭 마르탱 부사장은 “저가와 고가 시장으로 양분화되어 이미 성숙한 일본 시장과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신제품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많고 풍부한 와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려는 커뮤니티 문화가 활성화돼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기에 효과적이다”며 “일레큐 같은 브랜드 와인의 품질을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와인 만화의 명작 ‘신의 물방울’에 소개된 와인도 국내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보르도 동쪽에 자리한 샤또 뿌삐유. 특히 뿌삐유 1999 빈티지는 일본과 한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 신의 물방울 9권에서 주목한 와인으로도 이름높다. 그간 국내에 선보일 기회가 없었지만 최근 와이너리 오너인 필리페 까리으가 방한해 국내 시장 진출을 알렸다.

특히 10만원대로 중저가 와인에 속하는 뿌삐유 1999빈티지 와인은 2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명품 와인 ‘샤또 페트뤼스’와 벌인 대결로도 유명하다. 수년 전 해외 블라인드 와인 테이스팅 대회에서 페트뤼스와 당당히 결선에서 맞선 것. 비록 패하긴 했지만 가격으로는 수십분의 1에 불과한 뿌삐유가 대등한 선전을 펼쳤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뿌삐유는 최대한 포도에 상처가 가지 않도록 모두 사람의 손으로 직접 수확하며 친환경적인 재배 방법을 고수하는 것으로도 자부심이 높다. 특히 최상의 포도만을 엄선, 생산량을 극소화한 뿌삐유 아띠삐끄는 와인의 산화방지와 살균제 역할을 하는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해 생산량도 겨우 1,800병 내외에 불과하다.

유니비티스 프레데릭 마르탱 부사장(왼), 알랭 비로노 보르도회장(오른)

뉴질랜드 와인들도 국내 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은 뉴질랜드 와인 양조자협회와 함께 지난 3월 중순 전시 및 시음 행사를 가졌다. 지난 해에 이어 두번째인 올 해 전시에는 125종의 와인이 선보였는데 대부분 한국 시장에 처음 소개되는 와이너리의 브랜드들이다. 특히 전시에서 뉴질랜드식육양모협회는 양고기와 소고기까지 제공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 잡기에 나서며 관심을 끌었다.

보르도 와인도 최근 ‘100가지 프러포즈’라는 타이틀로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보르도 포도주 연합회(CIVB)와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SOPEXA, 소펙사) 주최로 국내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이 선정한 합리적 가격의 한국인 입맛에 맞는 보르도 와인 전시회를 3월말 개최하는 것.

총 100종의 보르도 와인을 선보일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동안 한국 소비자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부담 없는 가격의 보르도 와인을 집중 전시한다. 행사를 위해 보르도 포도주 연합회 회장인 ‘알랭 비로노’ 씨가 내한,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우수성과 다양한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다.

(주)아영FBC 윤장복 수입부문 총괄대표는 “2002년 이후 국내에 불고 있는 와인 열풍은 비싼 와인만을 선호하는 과거의 소비 문화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려는 현명한 와인 소비 문화로 바꾸어놓고 있다”고 최근의 와인 트렌드를 전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