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편제 '무대였던 추억의 고장… '진도아리랑'의 구성진 가락 들리는 듯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내 무공해 청정지역… 독특한 전통·농경 문화 체험 기회도

봄은 남쪽 바다를 건너서 온다. 그리고 그 봄이 지나간 자리에는 파릇파릇 봄기운이 돋아난다. 하늘, 바다, 산 모두 푸르다해서 '청산(靑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섬, 청산도.

청산도는 봄에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돌담 너머로는 무릎 높이만큼 자란 청보리가 이삭을 패기 시작하고 청보리와 확연히 대조를 이루는 유채꽃이 만발한다.

설레는 봄처녀의 가쁜 숨 같은 봄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밭으로 풀피리를 불며 가는 사람들이 있는 서정적인 풍경이 있는 청산도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 봄 향기에 한껏 취해보자.

청산도를 가려면 완도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자동차도 여러 대 실을 수 있는 카 페리로 45분 정도 걸린다. 뭍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자연 경관이 유난히 아름다워 예로부터 청산여수(靑山麗水)라 불렸다.

그리고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안에 있어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청산도를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면 돌담과 해녀, 초분(草墳) 등 섬 특유의 전통문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다랑이 논, 구들장 논 등 다른 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농경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깨끗한 섬 청산도는 지난해 12월에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되었다. ‘슬로시티’는 전통과 문화, 생태, 환경 등의 가치가 살아 있는 곳으로 ‘느리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곳을 말한다.

‘슬로시티’는 전통이 살아 있고, 자연친화적인 환경 속에서 '느린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곳에서만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슬로시티 국제연맹은 청산도를 비롯해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 장흥군 유치 등 전라남도 내 4곳을 실사한 후 슬로시티로 지정했다.

청산도가 슬로시티로 인증 받게 된 것은 소로 논을 갈아 다랑이 논, 구들장 논을 일구고 돌담과 해녀, 초분 등 섬 특유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랑이 논은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계단식으로 만든 논을 말하고, 구들장 논은 흙이 부족한 환경에서 논바닥에 돌을 구들처럼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논이다. 다랑이 논은 섬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고 구들장 논은 섬 한가운데 있는 양지리에서 구경할 수 있다.

초분은 청산도 같은 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례 풍습. 죽은 사람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이엉으로 덮어두었다가 3년이 지나면 좋은 날을 골라서 남은 뼈를 추려 땅에 묻는다.

구들장논(왼), 청보리밭(오른)

잡귀를 없애고 벌레가 들지 않도록 솔가지를 올려 두었고 이엉은 짐승들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돌로 단단히 묶어둔다. 자식이 고기잡이에 나가 부모상을 치를 수 없을 때처럼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경우에 초분을 한다. 초분은 당리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시신은 이미 이장을 했고 구경하게 되는 초분은 관광객을 위해 따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청산도는 각별한 곳이다. 이미 지긋한 나이로 접어든 중년들에게는 영화 ‘서편제’의 무대가 된 추억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 섬의 관문인 도청리에서 남쪽으로 산 하나만 넘으면 서편제에서 보았던 친숙한 마을인 당리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길이 나타난다. 영화속에서 무려 5분40초 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등장하는 진도아리랑 장면은 푸른 바다, 푸른 산 그리고 붉은 황톳길이 있는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노래를 팔고 돌아오던 유봉(김명곤)과 송화(오정해), 동호(김규철)가 신명나게 ‘진도아리랑’을 불러대며 덩실덩실 춤을 추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가 있는 청산도에는 지리해수욕장과 신흥해수욕장이 있어 여름 한 철 훌륭한 피서지로 소문나 있다. 아직 피서철은 멀리 있지만 청산도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인 지리해수욕장에 가면 봄 바다의 부드러운 갯바람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저물 무렵이면 다도해 사이로 해가 지는 장관도 만날 수 있다. 지리 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알려져 있다. 조용한 분위기의 신흥해수욕장에서는 바지락, 백합 등을 잡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지로 최고다.

■ 맛있는 여행, 봄 바다 향기 그윽한 전복죽의 유혹

완도의 대표 특산물은 다도해 청정해역에서 해조류를 먹고 자라는 전복. 청산도를 포함한 완도의 전복이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난다. 청산도의 관문인 도청항에 횟집이 모여 있는데 어느 집에서나 전복죽을 맛볼 수 있다.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청산도 식당(061-552-8600)은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할 때 출연진과 스탭들이 즐겨 찾던 식당으로 전복죽이 유명하다. 전복 내장까지 넣어 푸르스름한 색이 도는 전복죽에는 봄 바다의 향기가 가득하다.

이밖에도 청산도의 맛은 김 위에 올려 묵은지와 함께 싸서 먹는 삼치회와 굵은소금을 뿌려 구운 삼치구이, 삐죽삐죽 뿔이 나 있는 뿔소라 등이다. 뿔소라를 섬에서는 ‘꾸죽’이라고 부른다.

■ 정보상 약력

1960년생. 자동차전문지 카라이프 기자를 거쳐 여행과 자동차 전문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후 현재는 협회 감사로 있다. 여행전문포털 와우트래블(www.wawtravel.com), 자동차전문 웹매거진 와우(www.waw.co.kr)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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