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많은 것을 준다. 많은 꽃과 봄볕을 선사하는가 하면, 황사며 꽃샘추위, 봄의 열병까지 ‘고루’전해준다. 화사함 못지않게 변덕도 심한 환절기.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자는 평범한 절대수칙을 새삼 되뇌면서 이번주에도 잠시 스트레스에 지친 머리를 식히러 즐거운 문화 나들이를 떠나본다.

책과 그림이 어우러진 특별한 만남
■ 특별전 '문인과 화가의 만남, 책과 그림'

신문학 100주년을 기념하여 문인과 화가를 동시에 만나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문화관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주최한 이 기획전은 우리나라 근대 문학책 장정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보기드문 전시회다.

개화기부터 1960년까지의 대표적인 국내 문학서 가운데 '남훈태평가(1913)' 등 초기 장정 소설, 시집 및 잡지 등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희귀문학서 원본 190여점의 소장본이 선보인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초점은 무엇보다 이들 문학서의 표지와 장정에 깃든 문인과 화가와의 공동작업에 대한 감상과 이해다.

표지 및 삽화의 회화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문인과 화가와의 관계를 시대별로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로도 뜻깊다. 5월25일까지. 서울 청계천문화관. (02) 2286-3455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진수
■ 오페라 <2008 국립오페라단 루치아>

‘광란의 오페라’로 더 유명한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가 무대에 오른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원수의 집안에서 태어난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간소하면서도 신선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충만한 작품.

19세기 전반 이탈리아의 낭만주의 오페라 시대 최고의 작품으로, 광란 상태에 빠진 여주인공이 뛰어난 목소리와 기교를 선보이는 벨칸토 오페라의 정석으로 손꼽힌 바 있다. 죽음으로 끝난 사랑 이야기답게 비극적인 분위기가 작품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지만 이탈리아 특유의 낙천적인 국민성 또한 엿볼 수 있다.

공연 막바지 루치아 역의 소프라노가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 <그이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어요>를 통해 신기에 가까운 벨칸토 소프라노의 기교와 음악성, 기량을 감상할 수 있다. 4월1일부터 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 586-5282

여민락에 용비어천가를 얹은 최초의 연주
■ 국악 '노래와 선율이 함께하는 여민락(與民樂)'

포근한 봄날 저녁, 국악의 향연을 누려보자. 2008 국립국악원 정악단 정기연주회 <로래와 선율이 함께하는 여민락(與民樂)>가 청중을 맞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악곡으로만 전승돼 왔던 기악록 여민악에 용비어천가의 가사를 얹은 형태로, 국내 최초의 시도다. 또한 1996년 연주 이후 12년만에 한자리에서 여민락 전 바탕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도 흔치 않다

.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여민락>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향악계 궁중음악으로서 조선왕조 제4대 임금 세종대왕 시대의 작품이다.

처음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창제 반포되자 세종대왕은 권제, 정인지 등에 명하여 조선의 건국과 역사를 내용으로 한 용비어천가를 짓게 했고, 그 용비어천가의 한시에 관현악 선율을 얹어 부르도록 작곡한 것이 바로 여민락이다. 4월 17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 (02) 580-3300

거장 연출가리브루어의 걸작 한국 재상륙
■ 연극 '리 브루어와 마부 마인의 인형의 집'

미국 현대연극의 거장, 리 브루어가 각색 및 연출한 <인형의 집>이 초연 후 5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리 브루어는 뉴욕 타임즈로부터 ‘새로운 연극 스타일을 창조하는 연금술사’로 칭송받은 미국 실험극의 대가. 그의 <인형의 집>은 큰 키의 아름다운 여성들과 왜소증의 남성들을 캐스팅해, 19세기 발표 당시 전 유럽을 뒤흔들었던 입센의 원작이 지닌 상징과 주제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남자들의 키에만 맞춰져 있어 모든 것이 여성들에게는 불편하고 억지스러운 ‘인형의 집’ 세트. 이를 통해 입센의 원작에서 보여준 억압당하는 여성, 가부장적인 제도 등을 절묘하게 상징화했다. 그 외에도 관객들은 유머와 풍자 속에 숨겨진 충격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4월3일부터 6일까지. LG아트센터. (02) 2005-0114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