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평면처리의 야수파 걸작화려하고 장식적인 구성의 아름다움명암·원근을 무시한 기법등'그림의 해방' 부르짖어

한마디로 ‘기묘’하다. 과격하리만치 강한 색채감을 비롯, 음영이나 명암을 무시한 채 과감히 평면감을 구사한 기법이 작가의 거대한 대담성을 드러낸다.

<붉은 색의 조화(Harmony in red)>는 야수파의 대명사 앙리 마티스(1869-1954)의 세계를 가장 대표적으로 집약한 작품이다. 정물과 여인, 식탁과 창밖 풍경 등 사뭇 장식적이면서도 표현법만은 자신의 개성으로 일관했다. 입체적인 사물을 담고 있으면서도 벽도 탁자도 실내의 바닥도 전혀 구분됨없이 평면으로 처리했다.

탁자 위의 식탁보 무늬는 그대로 벽지에까지 연결된다. 그림자나 원근감? 그런 것도 없다. 19세기 화단에서 보면 기괴한 반란과도 같을, 그러나 독특한 평면감각을 극적으로 사용한 20세기의 명작이자 마티스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림의 전체를 뒤덮다시피한 빨간 채색이 무엇보다 강렬하게 시선을 흥분시킨다. 잠시 오른쪽에서 식탁을 차리는 여인에게로 시선이 옮겨갔다가, 다시 식탁에 놓인 술과 과일로 흐른 뒤 그 앞뒤로 늘어뜨려진 파란색 넝쿨 그림을 따라 시선이 번진다. 이같은 원색의 홍수 속에서도 한군데 초록 풍경을 열어 환기한 것도 특색있다.

바로 화면 왼편 상단에 그려넣은 창 밖 풍경이다. 자그나마 이 창을 통해 푸른 자연을 보여주며 붉은 실내의 강렬함을 다소 안정시키고 ‘통풍’하는 역할을 맡겼다.

마티스의 그림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면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친다. 그는 1905년부터 1908년경 파리에서 시작된 야수파 회화운동의 주역이다. 이는 기존의 아카데미즘과 입체파에 대한 반발적 회화운동으로, 격렬한 색채 및 형태의 왜곡, 의도적인 평면화 등이 특징적이다. 바로 이 무렵에 마티스가 내놓은 작품이 <붉은 색의 조화>다.

야수파는 순색과 원색을 강한 터치로 사용해 병렬적으로 화폭에 펼치는 등 색채와 구성의 대담한 해방을 그림을 통해 부르짖었다. 후대의 화단에서는 이를 두고 ‘20세기 최초의 예술 혁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1908년 이후 야수파의 멤버들이 사실상 해체와도 같은 각자의 길로 자유분방하게 떠나 활동하게 되면서 마티스 역시 서서히 새로운 화풍으로 옮겨간다. 그의 작품을 연대기별로 계속 추적하다보면 차차 사용하는 색채가 다소 순화되고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난다. 물론, 그다운 구도나 표현기법이 주는 강렬함은 여전히 껴안은 채 화면이 바뀔 뿐이다.

마티스의 말년의 작업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유명하다. 그는 이 시기에 오히려 가장 큰 변화를 드러낸다. 특히 <색종이 그림>은 그의 천재성을 끝까지 유감없이 발휘한 말년기의 역작으로 손꼽힌다. 1941년 큰 병을 앓으면서도 병상위에서마저 붓 대신 가위를 들고 색종이를 오려 붙이며 숱한 걸작을 남겼다. 극도로 그를 쇠약시킨 병마마저도 화가 마티스를 굴복시키지는 못한 듯 하다.

생전의 앙리 마티스를 말해주는 일화들이 많다. 그 중 하나. 마티스의 작품 중에는 단일한 푸른 색으로 단순화시킨 여성화 시리즈도 유명하다. 언젠가 한 여성이 그의 작업실에 방문했다가 막 그린 그림을 보고 “이 여성의 팔이 너무 길군요”라고 말하자 마티스가 답했다. “부인, 한가지를 빠뜨리셨군요. 이건 여성이 아니라 그림이랍니다”.1909년작. 캔버스에 유채. 177 x 218cm.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