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비트 음악… 현란한 율동·음악의 하모니선악 대결 구도 등 서사적 긴장도 평균점 웃돌아

최초의 영화가 관객에게 준 충격은 움직임이었다. 사진은 정지된 이미지를 잡는데 만족했다면 영화는 움직이는 인간과 달려오는 기차의 속도감을 잡아내어 관객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스크린의 뒤를 들쳐보게 하였다. 움직이는 것의 재현은 영화 대중성의 첫 걸음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에서 만들어진 많은 대중영화 중의 한편인 <스텝업 2 더 스트리트>는 관객에게 춤을 통한 격렬한 몸의 움직임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귀를 가득 채우는 비트 강한 음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즉, 이 영화는 관객의 눈과 귀에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거리의 댄서들의 춤은 시각적인 충격을 가했으며 춤을 견인하는 음악은 귀를 통해 온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 영화의 기획자와 감독은 영화가 어떻게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갖고 있다. 조금 엄숙하게 말하자면 영화는 대중을 위한 상품이며 제작자는 대중성의 코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중성의 요건을 갖추어야 상업영화답다는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대중성의 코드는 스타의 얼굴과 선정적인 몸이 되기도 하고 만리장성이나 로마의 경기장 같은 이국적 장면도 필요하지만 춤과 음악이라는 대중적인 하위문화를 주된 재료로 집어넣으면 약효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 영화가 바로 <스텝업 2-더 스트리트>이다.

춤을 추고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댄스 경연, 그들의 전문 용어로 전투를 다룬 이영화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고전적인 음악과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의 우열이 없음과 학교 안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거리에서 몸으로 배우는 방식이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비판의식을 넌지시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주입된 이데올로기의 성분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미루어 두고 어떤 음악에 맞추어 어떻게 몸이 움직일 것인가와 카메라와 편집은 그 리듬을 어떻게 잘 살려낼 것 인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주제와 이야기야 어디서부터 출발하든지, 춤과 음악으로 화면을 채워서 팝콘을 들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최소한 영화가 시작되고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만족스럽게 대접했다는 평가를 얻어내야된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상도덕을 지킨 셈이다.

우리는 왜 거리의 춤과 비트가 강한 서양의 음악에 매혹되는가. 이 질문은 건강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컵라면이나 콜라같은 인스턴트 음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처럼 대중성의 열쇠 찾기 문제로 귀결된다. 대중성의 선악과 우열을 따지기 전에 할리우드는 관객이 선호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자세가 되어있다.

대중성과 예술성은 영화적 완성도라는 봉우리로 향하는 서로 다른 길이라는 사실을 거장과 성공한 할리우드 감독의 발언과 태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대중성의 반대편에 서서 영화 작업을 수행하고 영화에 대해 사유한 한 감독도 영화는 인간의 존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매체라는 단순한 사실에 깊은 공감을 표하고 있다.

스웨덴의 잉마르 베르히만은 한 다큐멘타리에서 "영화가 인간의 얼굴 표정을 정복하였다"고 말했다. 얼굴은 감정의 보고이며 삶의 이력서이다. 카메라가 클로즈업되면 얼굴은 감정을 통해 발화한다.

얼굴은 눈과 입술과 코와 귀가 자리하고 있지만 이들의 하나 하나 움직임이 하나의 관현악단의 개인 연주자가 되어 발화한다. 이 발화는 위장된 목소리로 꾸밀 수도 있지만 몸짓과 어감은 만들 수 있지만 시선이 드러내는 표정은 거짓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좋은 배우는 클로즈업에 당당하지만 연기력이 허약한 배우는 카메라가 가까이 들어오면 표정이 어수선해지고 허둥댄다. 명배우는 클로즈업을 통해 눈짓하나로도 100마디 말보다 더 호소력있는 발언을 해낸다. 미숙한 배우는 정해진 연기만을 낑낑대며 수행하려다 스스로의 한계를 다 드러내고 만다.

영화가 정복한 것은, 아니 영화가 큰 용기로 담아낸 것은 인간의 표정도 있지만 더 많은 이목을 끄는 춤과 음악과 경치도 존재한다.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음악을 필름에 담아낼 수 있는 영화적 힘에 의존한다. 음악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음악과 인간을 동시에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음악이 영화와 행복하게 결합하여 영화 음악을 만들어내도 하지만 영화보다는 음악을 통해 영화의 인물과 이미지를 프레임 속에 예술적으로 잘 배치하기도 한다.

영화에 음악과 춤을 첨가하면 눈과 귀가 동시에 즐거워진다. 뮤지컬은 음악과 춤을 지지하는 관객의 존재를 검증해준다.

<스텝업 2 더 스트리트>도 음악과 춤이 만나는 영화다. 이 영화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성공적으로 음악을 선곡하였으냐와 언더그라운드 댄서들의 춤을 얼마나 실감나게 카메라에 담아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이 단순한 평가 기준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평균점을 훨씬 웃돈다.

영화와 음악과 춤이 효과적으로 결합하는데 서사적 완결성도 일조하였다.

앤디는 볼티모어의 전설적인 언더그라운드 <410>과 결별하고 예술학교 메릴랜드에 입학한다. 합격은 메릴랜드의 심사위원에게 그녀의 재능이 발견되어 가능했다.

그곳에서 학내 최고 실력자 체이스와 만나며 그들은 근엄한 학교에서 금지한 거리의 댄스 팀을 결성한다. 학교의 반대와 이를 무릅쓴 댄스팀 결성은 장애물을 돌파하는 주인공이라는 시나리오 정석에 가깝다. 그들이 결성한 팀과 언더그라운드 거리의 댄서 제왕으로 군림한 410과 댄스 대결을 벌여 결국 승리하는 이야기다.

언더그라운드 댄스 그룹 <410>의 춤과 예술학교 메릴랜드 학생들이 조직한 의 춤은 여타의 영화에 비해 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추는 춤을 추는 장면을 마스터 장면과 한 사람씩 컷트로 넘어가는 촬영과 편집은 탁월하다. 동시에 그들의 춤과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이 주는 역동성을 살려낸 감독의 연출력도 기대이상이다.

존 추 감독은 실제 자신이 댄서 출신 영화학도라는 이력에서 보여주듯이 춤에 관한 한 어느 동작에서 스피디하게 들어가고 어느 동작에서 컷을 나누는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감독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한 결단과 선과 악의 대결 구도와 장애를 극복하고 댄스팀을 결성하는 과정에서 발산하는 서사적 긴장과 상승 드라마를 잘 살려냈다. 결국 이 한편의 영화는 춤과 음악과 시나리오의 정석을 준수하여 대중성의 고지에 도달한 대중영화로 평가될 것이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문학산 cinemh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