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에 국내 최초 미술연구소 탄생… 저술상 제정·기록 보존 등 활발한 활동

국내 최초의 미술연구소가 탄생, 관련 학계와 미술애호가들의 비상한 주목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대상은 오는 25일 숙명여대내에서 역사적인 개소식을 맞는 문신미술연구소.

이 기념비적인 연구소는 국내외 화단의 거목이자 불같은 열정과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세계를 압도한 미술계의 거장 문신(1923-1995)의 자취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지로 자리하게 된다. ‘불멸의 운명적 예술가’ 문신의 작품세계와 생애 전반에 걸친 모든 연구자료가 총집산 된 곳이다.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은 개소일에 앞서 “피카소, 샤갈과 비견되는 거장 문신의 예술은 지난 2007년에도 세계적 청년 음악거장들이 주축이 된 문신국제앙상블이 발족되는 한편 바덴바덴 필하모닉 전용음악당에서 1,000여명의 관중 앞에 태극기가 휘날리며 문신미술영상음악국제축제가 거행되는 등 세계적 거장으로서 한국의 이름을 드높인 주인공”으로 그의 거대한 예술적 위상을 기리며 “한국이 낳은 위대한 예술가 문신의 치열한 예술세계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나침반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예술가로서 처절하리만큼 열정적으로 자신의 예술혼과 영혼을 불사른 한국현대미술계의 선각자로 알려진 거장 문신은 특히 우리 민족의 광복과 정부수립,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격동기 속에서도 꿋꿋이 국내활동은 물론 파리 등지에서 매년 10~12회씩 각종 전람회에 출품하는 등 세계 미술사가들과 평론가들로부터 철저한 예술사적 검증을 받은 대작가다.

그러나 십수년에 걸친 파리 생활과 작품활동 등 매우 열정적이고 왕성한 국제적 활약에도 불구하고 오랜기간 동안 가난 등의 이유로 관련 자료들이 상당수 방치되고 유실돼 뒤늦은 안타까움을 사던 차에 이번 연구소 설립을 맞게 돼 이를 대하는 유족 및 관계자들의 감격이 더욱 큰 것으로 전해진다.

故 문신 선생의 부인인 최성숙 문신미술관장은 “특히 파리생활 초기 자료의 상당부분이 멸실된 것에 대해 너무나 뼈저린 통한의 아픔을 느끼면서부터 80년 10월12일 영구 귀국한 이후부터는 작품자료뿐 아니라 생활의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어두고 기록으로 남기는 등 그야말로 문신 선생님의 일대기 자료들을 철저히 관리해 왔다”고 밝혔다.

■ 심포지엄·영상자료집도 발간

문신미술연구소는 그의 역대 작품들에 관한 종합적 자료 관리(저작권 법정관리 포함)를 비롯해 문신미술세계 전반에 대한 총괄 기획, 연구, 저술 작업 등을 진행하며 명실상부한 문신예술사 연구의 본거지로 운영될 예정이다.

약 15,000여권의 각종 예술서적을 갖춘 가운데 매년 2~4권의 관련전문서를 정기 발행, 매년 약 10편의 영상자료집을 발표하는 한편 문신 심포지엄 개최, 만화와 음악, 드라마, 연극 등을 조합, 활용한 종합예술사업 등 문신의 예술세계를 다각도로 재구현할 계획이다.

세계유명미술관 및 국제적 예술그룹들과도 활발히 교류, 한국을 넘어 전 인류에 기여한 세계예술가로서 그가 남긴 감동을 다시 전세계에 재연하며 전파할 예정이다. 사이버문신미술관 등 10여개의 관련 부설기관들도 개소와 동시에 출범, 전격 가동된다.

그중에서도 문신 저술상 제정 사업과 문신예술기록보존실 운영은 미술계뿐 아니라 문신예술애호가들에게도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다. 미술평론 분야에 주어질 문신 저술상은 문신의 예술정신과 작품세계에 대한 학술적 탐구를 목적으로 제정된 상으로, 수상자에게는 상금 및 부상과 더불어 미술평론가로 활동할 기회도 부여된다.

문신예술기록보존실에는 여러 세계거장들의 작품에 대해 비평한 문신의 친필원고 10,000여매와 일대기 생활상 및 심경을 직접 정리한 각종 기록, 국내외 예술인 또는 지인들과 나눈 친필 서신 등이 보관된다.

작품 슬라이드와 문신예술사를 조망한 대형 파일도 250여권, 문신예술 발전사 자료 등 각종 중요 문서 및 사진 등이 약 5만여장, 기타 영상자료 2,500여회분, 그리고 국내외 신문을 비롯해 각종 정기 간행물, 국내외 평론 및 학위논문 등 약 3톤 분량에 이르는 광범위하고도 방대한 자료들이 영구 보존, 활용된다.

■ 보석 드로잉 특별전도 개최

개소식이 열리는 25일에는 성대한 기념행사도 펼쳐진다. 문신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국내외 대표 평론을 시대별, 주제별로 편집,수록한 『문신예술평론집』과 문신의 예술적 발자취를 담은 『문신예술자료집』등이 동시 출간, 관련 출판기념회가 함께 열린다.

대외적으로 문신미술연구소 이름으로 발표될 첫 결실인 이들 책에는 국제예술평론가협회 평론가 쟈크 도판느의 ‘문신론’, 전 한국일보 사장을 지낸 장명수 현 한국일보 고문의 ‘쇠만큼이나 강인한 조각가의 귀향’, 추상화가 륙?y의 ‘문신의 작품세계’ 등 인간 문신과 예술에 대한 동시대 유명인들의 쟁쟁한 평론이 다수 실려있다.

넘볼 수 없는 독창성과 자유로운 영감의 세계, 기품 찬연한 생명의 걸작들을 남기고 간 문신의 예술혼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누구보다 아꼈던 당대 비평가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발행물이다.

또한 문신의 보석드로잉 특별전과 아울러 그의 일대기를 사진으로 엮은 전시회가 25일부터 6월28일까지 약 두 달간 무지개갤러리에서 펼쳐진다.

프랑스의 달리미술관 외에 외국 미술계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이번 보석 드로잉전에서는 생전에 문신예술을 보석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창작한 독특한 보석 드로잉 60여점이 공개된다.

일대기 사진전에는 세계예술사상 한국의 위상을 떨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던 1990-1992년 유럽 순회전을 중심으로 한 대표사진 100여점이 전시된다. 생전 말 수가 거의 없던 엄청난 열정의 조각가, 문신. 한 예술적 영웅이 남긴 유업을 잇는 터전일 뿐 아니라 예술한국시대의 본격 개막을 선포하는 자리로서 이번 미술연구소 개소는 특히 그 뜻이 깊다.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