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도·난엽체로 서예·그림의 새 장르 개척

‘미소 달마’로 유명한 남령 최병익(50) 화백이 ‘문자도’와 ‘난엽체’를 들고 우리 곁에 돌아온다.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주한중국문화원 전시실에서 열릴 최병익 서화전. 이번에 첫 선을 보이는 그의 문자도는 전형적인 기존 서화작품과 달리 글씨와 그림을 한 화폭 안에 3분법으로 배치하며 화사하게 엮어낸 새로운 장르다. 아름다운 색감과 서체 특유의 운치가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빚어내는 미감이 화려하다.

최 화백의 문자도는 이미 국내외를 막론, 관련 평론가들로부터 널리 호평을 받았다. 중국서법지 주필인 주지고(周志高)와 한국 서예평론가 정충락은 “동양 3국을 통틀어 지금껏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놀라운 신사조”라 평가, “서화동원의 본질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신선한 감흥에 빠지게 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난엽체(蘭葉體) 또한 난초의 이파리가 지닌 굵고 가늚의 모양새를 본 따 서예에 탄력적인 형상미를 부여, 최초로 개발한 서체다. 최 화백은 “어떻게하면 서예작품을 보는 이들이 따분하거나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이러한 문자도와 서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고 구상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약 90점. 틈틈이 그려온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으로, 다양한 문자도와 ‘不孤 德不孤必有隣’(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등 난엽체로 쓴 서예작품 등이 풍성하게 전시된다.

최 화백은 한학자인 조부의 가르침으로 예닐곱살때부터 서예를 익혔다. 덧셈 뺄셈보다도 서예를 먼저 배운 셈. 동국대 행정학과와 교육대학원 한문학과를 졸업, 한편으로는 중국미술학원 서법과에 다니는 등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거의 평생에 걸쳐 서화의 길을 걸어온 주인공이다. 현재 경북 경주시를 중심으로 왕성히 활동하며 개성있는 서화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대한민국 가훈 서예전 대상을 수상, 중국 장안 국제서법대회와 중국 당대서법대전 등 중국서법가협회의 초청전도 다수 연 바 있다.

'한국 서화계의 피카소'로도 불리는 그는 30세때부터 승가대 승려들을 대상으로 서예를 가르치는 등 오랫동안 禪과 수행생활을 이어왔다. ‘미소 달마’가 태어난 것도 명상 중 문득 얻은 물음과 깨달음이 계기. ‘실존인물도 아닌데다 인간을 수호하며 귀신을 쫓는다는 해탈의 달마가 오히려 그 자신이 귀신처럼 무서운 모습을 할 리가 없다’며 관련 문헌 공부는 물론 큰스님들과의 많은 대화를 하며 확신을 얻은 뒤 탄생시킨 역작이다.

이번 문자도와 난엽체의 반향 또한 큰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이들 역시 최 화백의 오랜 작업생활끝에 자연스레 착상, 생산된 장르. 미소 달마와 마찬가지로 밝고 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작품의 바탕종이까지 직접 부분 또는 전체 염색하거나 자연물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그림을 배경에 그려넣는 등 작가 특유의 온기와 정성 또한 독특하게 배어있다.

최 화백은 “우리 선조가 즐겼던 밝고 환한 미학의 세계를 후손들도 그대로 느끼고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른 소회를 밝혔다. 전시회에는 그의 일반 서예작품과 함께 2006년 화제작 미소 달마 그림 여러 점도 함께 볼 수 있다. (02) 733-8307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