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보름 남짓 동안 매일 혹은 이틀에 한번씩 수목원 정원을 돌아본다. 흔히 가장 아름다운 광릉 숲에서 하루 종일 일한 다는 것은 곧 하루 종일 풀이나 나무를 들여다보고 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들과 산에서 살아 자라고 있는 혹은 꽃 피우고 있는 식물을 만나는 시간보다, 연구실에서 회의실에서 책이나 논문의 글자로, 말려 놓은 표본으로 혹은 말로 식물을 대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을 식물에 관련된 일을 하긴 한다. 그러던 차에 좀 더 일찍 나와 아니면 잠시 빈 시간을 만들어 매일 조금씩이라도 숲에서 식물을 만나자고 결심한 지가 보름이 된 것이다.

마침, 봄인지라 하루 하루 피어나는 꽃들은 미쳐 따라 갈 수 없을 만큼 그 속도가 빠르다. 아주 오래 전 식물을 차음 공부하던 때의 눈으로 보며 마음으로 전달되었던 그 벅찬 감동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 말에 마음이 동하여 식물에 가까이 가고 싶다면, 민들레와 서양민들레 찾아보기 부터시작하자. 며칠 전부터 갑자기 땅 위가 환해 졌다 싶었는데 민들레가 하루 이틀사이에 다투어 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돌 틈에서조차 비집고 올라오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민들레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예전에 민들레를 소개한 적이 있지만 오늘은 조금 방향을 바꾸어 민들레와 서양민들레 정확히 구별해보기부터 시작하자.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봄이면 바닥에 깊은 톱날처럼 갈라진 잎새를 작은 방석처럼 바닥에 깔고 그 사이로 하나의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워낸다.

우선 민들레 꽃을 이해부터 해야 하는데, 민들레와 같은 국화과 식물들은 우리가 흔히 꽃 한송이로 알고 있는 있는 것이 수십개의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이루어진 꽃차례라는 점이다. 작은 꽃들이 머리모양으로 둥글게 모여 있다하여 두상화서(頭狀花序)라고 한다.

민들레를 발견하면 우선 쭈그리고 앉아 이 꽃차례를 들려다본다. 그러면 꽃잎인줄 알았던 것들이 각기 하나하나의 꽃이 되어 그 안에 수술과 암술과 씨방과 솜털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기특하고 신기하다.

그래서 민들레 꽃이 아닌 꽃차례 아래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꽃마다 달리는 꽃받침이 아니라 꽃차례에 달리는 총포라고 부른다. 민들레와 서양민들레를 아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이 총포가 뒤로 젖혀지면 서양민들레이고 그렇지 않고 바로 붙어 있는 것이 민들레이다. 물론 잎도 서양민들레가 훨씩 결각이 심하지만 변이가 있으니 확실한 구분점을 가지긴 어렵다.

서양민들레는 사실 서양에서 들어 온, 귀화식물이다. 최근 이 땅에서 가장 득새하고 있는 것은 단연 서양민들레이다. 오래동안 우리의 사랑을 받던 그 정겨운 토종 민들레는 점차 밀려나고 바로 서양에서 귀화한 서양민들레가 이땅을 점령하고 있다.

‘요즈음 민들레는 시도 때도 없이 피고 왜 그렇게 키가 클까?’하는 의문을 가졌다면 서양민들레를 본 것이다. 민들레가 막 피기 시작하는 이 즈음 찾아보면 간혹 간혹 그냥 토종 민들레를 만날 수 있지만 점차 서양민들레가 많아진다.

도시에 가까울수록 우리 민들레를 볼 확률이 적어진다. 봄부터 민들레와 서양민들레 찾아보기를 해보면 내가 얼마나 자연에 멀리 떨러져 살고 있나를 알 수 있다. 서양민들레는 뽑아서 입맛을 돋우는 쌉싸름 한 나물해먹어도 자연훼손이 아닌 보전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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