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봄에 앵도나무 이야기를 하면서 이 노래를 떠올렸다. 여러 사람들과 같은, 게다가 다소 얌전하지 못한 가사로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진부한 듯도, 유치한 듯도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따사로운 봄 볕을 받으며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앵도나무 보면 절도 이 노래가 흥얼거려 지니 말이다. 화사하기로 치면 복사꽃이 벚꽃이 더 할 수 있으나 복사꽃은 좀 더 자극적인 분홍빛이며 벚꽃은 낙화의 미학이 마음 한 켠에 쓸쓸함을 남기는데 앵도나무 꽃들은 소박하고 마냥 정겹고 다정하다. 우물가도 좋고 담장 곁도 좋고 그렇게 환한 모습으로 나무 한 가득 꽃을 피웠으니 누군들 설레임이 일지 않으랴.

게다가 여름이 다가올 즈음이면 그 꽃송이가 달렸던 자리마다 탱글탱글 붉은 앵두가 열릴 것이니 이 나무는 꽃으로도 열매로도 모조건 즐겁고 행복한 나무이다.

그런데 이 나무를 생각하면 한 두가지 고민거리가 떠오른다. 앵도나무라고 해야 할지 아님 앵두나무라고 해야 할지 이름의 유래가 앵도(櫻桃)에서 나온 것이며 많은 식물도감에 앵도나무로 써왔기에 국가표준식물명에는 앵도나무로 되어 있다.

하지만 흔히 그 열매를 앵두하고 하여 맞춤법 통일안은 이 이름을 쓰고 있으니 혼동이 될 수 밖에. 학계이든 국가이든 조정하고 논의하여 어느 쪽으로 정해하는 일이 필요한 듯 하니 숙제처럼 여겨진다.

또 한 가지는 고향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향집 마당엔 자라던 앵도나무의 추억들이 많은 이들이게 있을 것이고 그 역사는 제법 오래되었을 터이니 아무도 앵도나무가 우리나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겠으나 엄격히 따지고 들면 그 원산지는 중국이라고 한다.

앵도나무의 기록이 고려시대의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도 나온다고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 들러온 세월과 사연이 만만치 않으며 아직은 앵도나무 씨앗이 산과 들로 퍼져 절로 자라는 귀화식물이 되었다는 경우도 보지 못했으니 정서상의 느낌을 떠나 그 국적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앵도나무는 벚나무와 복사나무와 같이 장미과 벚나무 속에 속한다. 꽃만 보면 아주 비슷하지만 같은 집안 나무중에서는 키가 작고 가지를 많이 만들어 꽃과 열매가 자루없이 달리며 꽃잎들이 서로 포개어져 달리지 않아 구별할 수 있다.

타원형의 잎도 뒷면에 털이 빽빽하고 보송하여 만져보면 다른 나무들과는 느낌부터 다르다. 봄이 제대로 왔다고 생각될 때 꽃이 피기 시작하고, 여름이 정말 왔구나 싶을 즈음 열매를 맺고 그 열매들은 사발에 담겨 시장에 나온다.

앵도나무는 쓰임새로 치면 달고 맛난 열매를 그냥 따서 맛있게 먹는 일이 으뜸이지만, 꽃구경을 위해 마당에 심어도 부족함이 없다 약으로도 쓰이는데 열매는 설사에 효거ㅘ가 있고 기운도 나게 해준다 하고, 가지를 태워 재를 만들어 먹으면 통증이 완화된다는 기록도 있다.

한 그루정도 심고 싶으면 씨앗을 심어도 포기를 나누어도 모두 가능하고 물만 제대로 주면 햇살만 들게 한다면 너무 무성하여 가지를 잘라주어야 할 정도이다. 더러 분에 키우거나 아예 분재로 만들어 그 멋을 즐기기도 한다. 기온이 다시 높아지니 이 봄이 가버릴까 아쉬워 봄 꽃나무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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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