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초상화의 격식 벗어나 웃고 있는 인물 그려미술사의 대표적 남성 초상화…상류층 기사, 날개 달린 지팡이는 헤르메스 신 상징1624년, 캔버스에 유채, 86*69, 런던 월러스 컬렉션 소장

미술역사사상 여성의 가장 유명한 초상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라면, 남성의 초상화는 프란스 할스의 <웃고 있는 기사>다.

이 작품 역시 <모나리자>와 마찬가지로 작품의 모델의 대해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하지만 모델에 대해 의문투성이임에도 미술역사상 남자의 초상화 중에서 가장 정감 있고 유머가 넘쳐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란스 할스(1582/3~1666)는 개성 있는 네덜란드 화가로서 그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편안하면서도 사실적이다. 당시 초상화의 인물들은 엄숙한 표정이나 근엄한 자태로 표현되어져 왔다.

프란스 할스는 초상화의 격식에서 벗어나 인물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린 초상화를 제작했다. 당시에는 웃고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드물었다. 동시대에는 웃는 얼굴이 어리석음이나 무절제를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웃는 표정의 초상화를 의뢰하지 않았었다.

프란스 할스는 모델의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운 것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생기 넘치는 표정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독특한 초상화를 제작했다. 그의 대표작 <웃고 있는 기사> 도 프란스 할스의 초상화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 기사의 장난기 넘치는 눈빛과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입가에 남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웃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코 웃는 모습은 아니다. 위로 향한 수염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수염이 아래로 향했다면 기사의 표정은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기사는 화려한 하얀 레이스 장식의 목깃은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레이스의 옷을 입고 있는 기사는 상류층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당시 레이스 장식의 옷은 상류층만 입었다.

둥근 금속으로 된 칼의 손잡이가 왼쪽 팔 안에서 튀어 나와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이 <웃고 있는 기사>가 된 것도 칼의 손잡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모델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튀어나온 칼 손잡이로 제목을 정했다.

이 작품에서 왼쪽 팔 옷소매에 트인 부분에 모자가 씌워진 날개 달린 지팡이는 헤르메스 신을 상징한다. 헤르메스 신의 지팡이는 재산은 남자다운 미덕의 동반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1624년에 제작되지만 오랫동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었다. 1865년 수집가인 헤르트포드 경과 로스차일드 백작이 파리의 한 경매 시장에서 이 작품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이 붙게 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 작품의 모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으나 1888년에 <웃고 있는 기사>로 불리게 되었다.

■ 박희숙 약력

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

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명화속의 삶과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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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숙 bluep6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