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남 초대전 '바다와 나- 그 사이 공간'

이창남 '바다와 나- 그 사이 공간', 100x67cm, Digital Pigment Print on Fine Art Paper
원색의 바다는 침묵의 대화를 하듯 화려하면서도 고요하다. 하얀 포말은 무언가 말을 하곤 이내 사라지는 듯하다. 이창남 작가의 바다 사진은 '독백'에 가깝다. 사실 '독백'은 자의식의 심연에서 건져낸 가장 '자신'의 언어, 대화다. 그림에 비유하면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자화상은 응축된 삶의 표현이다. 거기엔 긴 인생의 여정이 담겨 있다. 이창남 작가의 바다가 그러하다. 작가는 긴 인생의 경험담을 쓰듯이, 삶의 여정에서 이루지 못한 욕구와 아쉬움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환상을 사진에 담아냈다.

바다는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게 하고, 보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처럼 바다는 가식 없는 작가 자신의 다면적인 자아들과 기억의 다층적인 조각들을 펼쳐낸다. 장은선 갤러리에서 9월 10∼20일 열리는 '바다와 나 - 그 사이 공간'전에는 그러한 작가의 내면이 담긴 20여 점의 다양한 사진이 소개된다.

작품들은 첫 눈에 화려한 파스텔 톤으로 형태를 알아 볼 수 없는 환상으로 보인다. 사진 속에 장소나 대상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면서 그림과 사진의 경계에서 단순한 색조의 조합이 그 어떤 분명한 상황도 장소도 지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큰 구도의 빈 여백 역시 추상 표현주의와 일부 미니멀 작품에서 혼돈의 카오스를 보듯이 공간을 평면으로 무효화시키면서 사실상 장면을 혼동의 파노라마 추상으로 만든다. 작가는 예술적 의도가 단순한 시각적인 닮음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기억을 통해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적으로 기획된 무형의 재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창남‘바다와 나- 그 사이 공간’75x 50cm Digital Pigment Print on Matte Canvas, UV
이경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는 "작가가 공들여 만들어 놓은 장면의 파노라마는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자기반영으로서 자신이 기억하면서 분명히 인지될 수 없는 무형의 욕구와 어떤 아쉬움에 관계한다"고 평했다. 02-730-3533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