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프로이트주의에 훌륭한 철학적 구조를 제공한 세계 유일"이라고 평가받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사상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미술과 연계해 해석한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 그림으로 읽는 욕망의 윤리학>이 출간됐다.

프랑스 파리8대학교에서 라캉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백상현 박사는 라캉의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윤리'라는 명제에 천착해 '유령이미지'라는 개념을 고안해 다양한 예술작품 속에서 풀어냈다.

저자가 말하는 '유령이미지'는 우리가 안주하려는 세계의 허상을 폭로하는 '비(非) 존재'로, 저자가 라캉의 이해를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당대의 질서와 지식 체계, 권력 등에 반항하는 이미지들이 바로 '유령이미지'인 것이고, 저자는 이 이미지들을 통해 하나의 예술작품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윤리적 탐구일 수 있는 지를 이야기한다.

가령 획일화된 이미지 사냥 시대인 르네상스시대에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카라바조는 저잣거리의 부랑아들을 성화 속 인물들의 모델로 삼아 1500년 동안 지속돼온 기독교적 이미지 재현의 역사에 반기를 들었으며, 고야는 '검은 그림 연작'을 통해 성서나 신화라는 고전적 의미 체계에 갇혀 있던 이미지를 해방시켰다.

20세기의 앤디 워홀은 반복 속에서도 결코 반복될 수 없는 얼룩을 만들어내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대향 생산과 대량 소비체계에 반하는 유령이미지를 만들었고,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초점이 나간 듯한 희미한 이미지를 통해 매스미디어 이미지의 거짓 선명함에 저항하는 유령이미지를 만들었다.

저자는 우리가 삶 속에서 스스로 유령이 되고자 할 때, 우리가 행동하는 주체로서 라캉이 이야기한 윤리적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 가능성을 제한하는 모든 것에 대해 반항하고, 새로운 자아의 창조로 나아가는 출발선에 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술을 통한 유령이미지의 체험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