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경계 넘어 자신만의 색체 확장

주현미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최고의 사랑'
가수 주현미가 데뷔 30년을 맞아 의미 있는 기념 앨범을 발표했다. 신곡을 포함해 총 8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오랫동안 많은 대중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약국에 있다가 어느 날 TV에 나가 노래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아요. 이미자 선생님 30주년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가 '까마득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 자리에 와 있네요."(주현미)

신곡 '최고의 사랑', '빗속에서', '가을과 겨울 사이' 등은 젊은 실력파들인 정엽과 에코브릿지, 윤일상, 돈스파이크, 정재형, 장원규 등이 참여해 기존의 세련미에 신선함까지 더해졌다. 밝은 분위기의 팝 스타일인 타이틀 곡 '최고의 사랑'은 특유의 호소력과 리드미컬한 흐름이 여전하다. 더구나 젊은 감각의 멜로디와 합체되면서 호소력과 경쾌함이 공존하는 그녀만의 새로운 색채를 제시하고 있다. 이 곡은 인피니트,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 케이윌의 곡 작업을 해온 작곡가 장원규와 Meng2가 편곡작업에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빗속에서'는 에코브릿지가, '가을과 겨울 사이'는 '히트곡 제조기' 윤일상이 참여했다. 그 외의 노래들도 주현미 특유의 비브라토와 청아한 하이 톤의 음색이 빛을 발한다.

주현미는 단지 트로트 가수로만 규정한다면 무리가 있다. 트로트와 다른 장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번 앨범 역시 굳이 다른 장르를 구사하려 노력하기 보단 주현미의 노래 자체가 다양한 리듬과 멜로디 위에서 중심을 잡고 있다. 아름답게 나이든 외모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노래를 곱씹는 맛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이 정도면 '하이 어덜트 컨템퍼러리'라고 봐도 좋다. 이 앨범의 가장 흥미로운 팩트는 변화다. 팝 스타일로 확장한 그녀의 변신은 새로운 30년을 위한 터닝포인트다.

주현미는 항상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변화를 꿈꿔왔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해 오고 있는 후배 가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그것이다. 2008년에는 래퍼 조PD와 함께 힙합과 트로트가 조화를 이룬 '사랑한다'를, 2009년에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과 세미 트로트곡 '짜라짜짜'를 발표하며 변화를 예고했었다. 이번 앨범에도 록 밴드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와 듀엣으로 자신의 곡 '쓸쓸한 계절'을 재해석하며 성공적인 체질개선을 성취했다. "고맙게도 평소 내 노래를 즐겨 듣고 좋아한다며 먼저 손 내밀어 주는 후배들이 많아 행복합니다. 향후에도 이런 제안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주현미)

주현미는 1975년 소녀시절에 음반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후 1984년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후, 정식 데뷔해 지난 30년간 40여 개의 앨범을 냈다. 그녀의 차별성은 공백기 없이 대중과 음악으로 소통해 왔다는 점에 있다. "30주년이라고 별다른 기분이 든다기보다는 가수로 인정받아 왔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30주년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가수로서 나 스스로를 다잡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새로운 장르음악에 도전했지만 제 음악적 뿌리인 트로트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주현미)

주현미는 지난 30년 음악인생을 결산하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봄에 기획했으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뜻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30주년을 자축하기보다는 그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준 팬들을 향한 보은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특별한 무대도 준비하고 있어요. 부족한 솜씨지만 꾸준히 연습해 온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들려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주현미의 30주년 무대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수원, 성남, 대구 등 전국을 돌며 진행될 예정이다.

트로트 가수로서 선명하고 굵은 나이테를 그려온 그에게 30주년이라는 상징적 숫자는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반환점이다. 이미 최고의 보컬리스트인 그녀가 살아있는 전설의 길을 걷게 될 향후 30년의 세월은 그녀와 대중 모두에게 행운일 것이다. "늘 하던 대로 계속 한길을 걷다 보면 또다시 30년간 걸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길이 너무 익숙해져 질리지 않도록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걸어가고 싶어요."(주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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