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선변신(刷洗變新)’의 준말…묵은 것 버리고 새롭게 함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2014년 1월 6일자로 작성한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등의 유출 파문을 계기로 인적쇄신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 문건은 대통령의 보좌기관이 생산·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대통령기록물에 속한다. 그런데 지난 2월 박관천 경정이 라면박스 두 개 분량의 청와대 문건을 간 크게도 외부로 유출, 국정 대혼란을 일으켰으니, 보좌진과 기록물 관리 요원 등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는 당연하다.

쇄신(刷新)은 쇄선변신(刷洗變新)의 준말이다. 刷(쇄)의 정음은 ‘솰’이며 刷洗에서의 洗은 ‘씻을 세’가 아니라 ‘깨끗할→깨끗이할 선’자이다. 刷에서 刀(칼 도)를 뺀 왼쪽 부위는 ‘豕(돼지 시)’자의 고문이니, 刷는 빳빳한 돼지털로 만든 솔(먼지나 때를 쓸어 떨어뜨리는 데 쓰는 도구)로 오물을 제거하는(刀) 모습에서, ‘솔→솔질하다→쓸다·털다·닦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솔질’의 ‘솔’과 ‘솔’을 뜻하는 刷의 정음 ‘솰’은 유관하다.

따라서 刷新은 솔질하여 오물을 깨끗이 털어내거나 닦아내 새로워지는 모습에서 나아가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을 뜻한다. 참고로, 중국어에서 컴퓨터 용어로써의 ‘刷新’은 ‘(F5 키를 눌러) 새로 고침’을 의미한다. ‘쇄신(刷新)’과 비슷한 말에는 혁신(革新), 일신(一新)이 있는데, 용법상 미세한 차이가 있다. 즉, ‘쇄신’이 주로 인간의 결집체인 조직의 인원이나 기구 따위의 구성을 새롭게 함을 일컫는 말이라면, ‘혁신’은 기존의 제도·습관·방법 등을 다시 새롭게 하는 것을 나타내고, ‘일신’은 뭔가 잘못된 점이 있어 새롭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쇄신’과는 구별된다.

刷新의 최초 출전은 그리 오래지 않다. 중국의 경우,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엽성도(葉聖陶)가 지은 1957년도 <모성기사(某城紀事)>에 나타나며, 우리나라는 1900년 1월 25일자 <황성신문(皇城新聞)> 관청사항 기사 중, “영양군수 장지홍(張志洪)이 백성의 고충을 살펴 폐해를 제거하는데 밤낮으로 게을리 하지 않고 구태를 제거 刷新하야”에 나온다.

이처럼 쇄신이란 말 속에는 솔질하여 털어내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단행, 물갈이해주어야 정치풍토가 깨끗해질 것이다. 물갈이 시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함은 물론이며, 만약 청렴한 현인들로 쇄신하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 www.hanj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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