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굽 동물 돌림병… 16세기 이탈리아 최초 기록

2011년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구제역이 지난 해 12월 3일 충북 진천을 시작으로 경기도와 충남 경북의 36개 농장에서 발병, 현재까지 매몰 처분된 돼지만도 2만8천 마리가 넘는다. 2010년 말부터 2011년 4월까지 구제역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살처분된 소돼지의 수는 무려 350만 마리 이상이었다. 이렇듯 축생들의 불쌍함은 물론, 구제역은 실로 국가적 재난이다.

口(입 구), 蹄(발굽 제), 疫(돌림병 역)자를 쓰는 口蹄疫(구제역)은 문자 그대로 발굽이 있는 짐승들의 입과 발굽 등에 증상이 나타나는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구제역은 소ㆍ돼지·염소·사슴처럼 발굽이 짝수로 갈라진 동물들만 구제역에 걸리고 말·당나귀·코뿔소같이 발굽 수가 홀수인 동물은 걸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蹄(발굽 제)는 足(발 족)과 帝(임금 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의 帝는 비유적으로 쓰인 것이다. 즉, 蹄는 호위병으로 둘러싸인 임금(帝)처럼 말·소·돼지 등의 발(足)을 보호하는 각질 덮개부위인 '굽'을 나타낸다. 그리고 疫(역)은 병과 관련된 부수자 '녁'과 役(수자리 살 역)의 생략형으로 이루어져, 수자리 설 때 번갈아가며 경계근무를 하듯 여러 사람이나 동물들이 잇따라 돌아가며 앓는 '돌림병=전염병=염병'을 뜻한다.

구제역을 영어로는 foot-and-mouth disease(FMD) 또는 hoof-and-mouth disease라고 한다. 그것을 동양에서 들여올 때, 발굽(hoof, foot)과 입의 순서를 바꾸어 번역했다. 구제역과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16세기 이탈리아의 과학자였던 지로라모 프라카스트로(Girolamo Fracastoro)가 1546년에 펴낸 <전염병에 대하여(De Contagione et Contagiosis Morbis)>이다. 그 뒤 19세기에 토기아(Francesco Toggia)가 이탈리아어로 구제역이라는 의미의 용어(febbre aftosa)를 최초로 사용했다. 구제역의 원인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임은 1897년 독일의 세균학자 프리드리히 뢰플러(Friedrich Loeffler)와 파울 프로쉬(Paul Otto Max Frosch)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들과의 직접 접촉은 물론, 구제역 바이러스(FMDV)가 달라붙은 사료·사람·차량도 감염 경로가 되므로 당국에선 도로 통제를 하고 지나가는 차량은 일단 정지시킨 뒤 소독을 하고 있다. 어서 빨리 그러한 풍경이 멈추고, AI 또한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