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위 영웅적 농부의 삶을 보다1월 25일~5월 10일 소마미술관… 밀레 4대 걸작 등 64점 선보여'씨 뿌리는 사람' 국내 첫 선… 반 고흐에 영향, 인상주의 탄생 배경

‘씨 뿌리는 사람’(1850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자 서구 사실주의ㆍ인상주의 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대표작들이 한국을 찾는다. 1월 25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 특별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밀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기획한 것으로 미국.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총 100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전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밀레 작품(17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보스턴미술관 작품으로 구성됐다. 보스턴미술관의 밀레 작품수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을 앞서는 것으로 1850년 프랑스 바르비종에서 지내던 보스턴 출신의 화가 윌리엄 모리스 헌트를 통해 밀레가 소개된 게 계기였다.

이번 특별전에는 보스턴미술관 4대 걸작으로 꼽히는 '씨 뿌리는 사람' '감자 심는 사람들' '추수 중에 휴식(룻과 보아스)' '양치기 소녀' 등을 비롯해 '자화상' '뜨개질 수업' '버터를 섞는 젊은 여인' '소 물주는 여인' '서서 실 잣는 여인' 등 밀레 작품 25점이 소개된다. 밀레와 함께 바르비종과 퐁텐블로에서 활동하거나 그의 영향을 받은 화가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 테오도르 루소, 쥘 뒤프레, 레옹 어거스틴 레르미트 등의 작품 39점도 전시된다.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태어난 밀레는 1849년 전염병과 정치적 혼란을 피해 가족과 함께 바르비종 지역으로 이주했다. 바르비종과 근교 퐁텐블로의 풍경에서 많은 미술적 영감을 얻은 밀레는 자연을 배경으로 농촌생활의 어려움을 조명하며 농민들의 고단하면서도 역동적인 삶을 화폭에 담았다.

‘추수 중에 휴식(룻과 보아스)’(1850~1853년).
전시작 중 '씨 뿌리는 사람'은 발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반 고흐에게 깊은 감명을 줘 그의 예술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850년 프랑스 살롱에 전시된 '씨 뿌리는 사람'은 평범한 농부를 커다란 캔버스에 영웅처럼 등장시켜 파문을 일으켰다. 신분이 낮은 농부를 어두운 색채와 거친 붓놀림을 통해 대지와 싸우는 존엄한 존재로 되살려냈던 것.

밀레를 본받아 '농민화가'가 되고자 했던 반 고흐는 밀레의 정신과 화풍 모든 것을 사랑했고, 닮고 싶어했다. 프랑스 아를 시절인 1888년 6월 반 고흐는 친한 화가 에밀 베르나르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씨 뿌리는 사람'의 스케치를 보내네. 흙을 온통 파헤친 넓은 밭은 선명한 보랏빛을 띠고 있지. 잘 익은 보리밭은 옅은 진홍색을 띤 황토색이네. 노란색에 보라색을 섞어서 중성적인 톤으로 칠한 대지에는 노란 물감으로 붓질을 많이 했네. 실제로 대지가 어떤 색인가는 별로 관심이 없네. 낡은 달력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

반 고흐는 감명받은 밀레의 여러 작품 중 특히 '씨 뿌리는 사람'을 주목했고, 모사를 통해 색체들의 조화를 찾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걸작 '씨 뿌리는 사람'(1888-1890, 반 고흐 미술관 소장)을 완성했다.

 서순주 전시 총감독은 "'씨 뿌리는 사람'의 국내 첫 전시를 맞아 반 고흐의 작품도 대여해 함께 걸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밀레는 이전엔 회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평범한 농민을 영웅적 모습으로 그리며 주제의 혁명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감자 심는 사람들’(1861년경).
밀레가 영웅적 농부를 그린 또 다른 작품으로 '추수 중에 휴식(룻과 보아스)' 이 있다. 이 작품은 밭일을 하는 농부들의 평온한 모습을 묘사한 작품 가운데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감자 심는 사람들' '양치기 소녀' 는 농부와 양치기 소녀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영웅성을 부각해 프랑스 민주화의 영향과 인간 중심주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전시에선 밀레와 함께 바르비종 과 퐁텐블에서 활동한 코로, 루소 와 밀레의 영향을 받은 뒤프레,레옹, 그리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네의 초기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서순주 전시감독은 "19세기 밀레와 바르비종파의 등장으로 미술의 역사는 전통의 시대를 마감하고 모더니즘의 시대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며 "이들이 대자연을 체험하고 관찰하며 일궈낸 새 화풍은 '빛의 회화'라 불리게 되는 인상주의 미술의 탄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이번 특별전은 밀레와 그가 이끈 바르비종파 미술운동의 흐름과 작품을 살펴 봄으로써 19 세기 사실주의 화가 밀레가 남긴 미술사적인 의미와 그를 통해 인상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까지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02-1588-2618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양치기 소녀’(1870~1873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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