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정신 팍팍한 삶에 위로와 힐링

한동안 젊은 세대들의 메카인 홍대 앞거리에서 기타를 둘러매고 돌아다니면 손가락질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대중음악시장이 바닥을 알 수 없이 추락하면서 침체의 늪을 허덕이던 시절에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대중적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요즘은 풍경이 확 변했다. 기타를 둘러매고 활보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통기타 한 대와 하모니카를 둘러메고 거리마다 버스킹을 하는 무명 인디뮤지션들도 넘쳐나고 홍대 앞 라이브카페 ‘언플러그드’에는 기타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의 줄 튕기는 소리가 진지하다.

반전의 기틀은 슈퍼스타K 등 각종 오디션을 통해 통기타를 치며 열창하는 참가자들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멋있다’는 반응이 생성되면서 마련되었다. 지상파 예능프로 ‘놀러와’에 출연한 과거 세시봉시절의 1세대 통기타 가수들이 순수했던 아날로그 시절의 이야기와 노래 보따리를 풀어 놓은 것도 한몫했다. 사람 간에 교류가 단절되어 ‘소통’이 화두가 된 디지털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 시절의 사람향내 나는 순수하고 낭만적인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후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나이든 중년세대들까지 통기타를 배우려 음악학원에 몰려드는 통기타 배우기 열풍까지 일어났다.

포크음악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진솔하게 통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삶과 인생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순수의 결정체라는 장르적 특징이 있다. 누구나 쉽게 노래할 수 있기에 만만하게 보일 수도 있다. ‘간지’가 생명인 밴드 뮤지션들에겐 하찮고 심심한 음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록과 포크가 각광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70년대의 풍경을 보면 서로가 존중하면서 상당수준의 교류를 나눴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함정이기도 하다. 단순함의 미학이랄까? 구성상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음악이지만 포크송은 노래하는 사람에 따라 그 수준과 내공이 극과 극을 체험시킨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 하기는 힘든 장르가 포크음악이다. 통기타와 목소리로만 들려주는 그 단순함 속에는 진심이라는 진정성과 더불어 쉽게 재단하기 힘든 삶과 인생의 무게가 유려한 멜로디와 시적인 아름다운 가사에 채색되어 있다. 자연과 사람의 순수함을 노래하는 포크송의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과거와 요즘의 포크는 그 질감이 확연하게 다르다. 최근에는 팝 스타일이 스며들어 사운드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졌고 가사는 더욱 내밀해졌다. 그래서 포크 팝, 어쿠스틱 음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근 포크 뮤지션들의 개체수가 확실히 증가일로다. 지난해부터는 김두수, 이장혁, 빅베이비드라이버, 시와, 김목인, 김사월X김해원, 최고은, 이영훈, 황보령, 한희정, 이아립, 강아솔, 프롬, 정밀아, 권나무, 곽푸른하늘, 김일두 등에 의해 탁월한 창작 앨범들도 줄을 이어 발표되고 있다. 인디음악 씬에서는 해가 바뀐 년 초에 ‘새해의 포크’라는 타이틀로 공연이 매년 열리고 있다. 금년에도 16∼17일 이틀 동안 총 8팀이 참여해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벨로주에서 어김없이 공연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벌써 3년째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도 그동안 없었던 포크부문을 금년에 신설한 것은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포크음악은 모든 음악의 뿌리 같은 존재지만 한동안 7080음악을 대변하는 추억의 산물쯤으로 취급당했다. 장르의 존재자체가 실종된 2000년대 초반의 젊은 세대들은 포크음악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최근 왜 이렇게 포크송이 다시 뜨겁게 회자되는 것일까?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이 있다. 순수함을 지향하는 포크음악은 70년대 군사정권시절에 청년세대들의 저항의식을 대변하는 장르음악으로 각광받았다. 삶이 팍팍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불경기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고 좌우 이데올로기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 졌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흉흉한 사고의 빈번한 발생은 모두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고 있다. 위로와 힐링이 미덕인 포크음악이 우리를 무장해제 시키고 슬그머니 마음으로 들어오는 한 가지 이유가 아닐까!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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