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세상과의 소통 깊이 담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세월이 흐른 지금, 2011년 솔로 1집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2집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변화의 전조는 드라마 OST 작업에서부터 감지된다. 2012년 처음으로 참여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여주인공의 메인테마로 쓰인 'Spring I Love You Best'가 예상치 못한 히트를 했다. "사실 그 노래는 기성곡입니다. 음악감독님이 원곡과 조금 다르게 고쳐 달라고 제의했을 때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제 생각과는 달리 반응이 뜨거워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같은 노래인데 여기에 있을 때랑 저기에서 보였을 때 반응이 이렇게 틀린가 싶더군요."(빅 베이비 드라이버)
이후 '상속자들', '7급공무원', '드라마의 제왕', '연애조작단, 시라노', '앙큼한 돌싱녀' 등 OST에 참여한 드라마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류 열풍을 탔다. 그녀의 텀블러 계정은 아시아, 유럽, 남미, 북미를 망라한 월드 와이드한 멘션을 받았다.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드라마 OST에 참여하면서 제가 기본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었습니다." 2013년 여름 신보작업을 시작했다. "엄청나게 대중적인 음악을 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기타 연주와 노래는 잘하고 싶었습니다. 녹음을 하다 한 번 엎었습니다. 음악에서 중요한 건 멜로디와 가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발표한 정규2집 'A Story of a Boring Monkey and a Baby Girl'은 음악에 대한 그녀의 태도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했는지를 증명하는 좋은 노래들이다. "타이틀은 6번 트랙에 수록된 동명의 노래인데 3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죽음으로 갈팡질팡하던 제 자신에 대한 노래입니다. 뭐든 쉽게 질려서 인생이 따분한 원숭이 아니면 아는 게 없는 여자아이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담아 제 인생을 위로하는 사운드트랙을 만들어 보았습니다."(빅 베이비 드라이버)
다채로운 장르의 13곡을 담은 2집은 한결 풍성해진 멜로디 라인과 감성 구현을 이뤄내고 있다. "모로코 출신인 '수리수리마하수리'의 오마르와 영어로 음악적 소통을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오마르는 '구름게으름민요'에 참여했는데 곡의 분위기나 가사의 내용,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건지, 내가 여기서 어느 정도의 위치로 노래를 해야 하는지 등등 아주 구체적인 내용부터 좀 모호한 내용까지 꼼꼼하게 질문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쾌한 포크 록 넘버인 첫 트랙 'Baby You'부터 음악 스타일에 긍정적 변화와 발전이 감지된다. 마지막 곡까지 어느 곡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특히 들을수록 감겨오는 '언젠가 그때까지'와 포크의 서정이 사이키델릭으로 점화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도 필청을 권하고 싶은 좋은 노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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