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晉書’에 최초 출전… ‘祈’는 ‘示+斤’ 합성어 ‘신에게 빌다’ 뜻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 올해의 가뭄이 심상치 않다. 40년 만에 최악이니, 지금 생애 최고의 가뭄이니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중국은 산동반도에 심한 가뭄이 들었고, 우리나라는 강원도 북부와 경기도, 북한은 강원도와 양강도,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황해북도 등 여러 지역으로 가뭄이 확대되고 있어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 한다.

일찍이 부경대학 변희룡(卞熙龍) 교수는 조선왕조실록과 삼국사기의 옛기록들을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대가뭄과 극대가뭄 주기를 발견했다. 그 후 2015년에 大가뭄이 오니 대비해야한다고 외쳤는데, 그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는 심각한 형국이다.

문제는 대가뭄보다 더 무서운 극대가뭄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주기에 해당하는 연도가 2025년이어서 지금의 대가뭄이 비록 계속은 아니지만 2025년까지 강화될 것이라 한다. 이런 와중에, 소양강댐의 경우 그 수위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3월 27일 소양강댐 관리단은 댐 준공 41년 만에 처음으로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하늘이 감응했는지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지만, 강수량이 문제다.

“샘이 깊은 물은 가말에 아니 그츨 새”라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구절처럼 ‘가뭄’을 옛날에는 아래아를 쓴 ‘가말’이라 했다. ‘가말’이 ‘가물’로 모음 변형된 다음, 명사접미어 ‘ㅁ’이 붙은 것이 ‘가뭄’이다. 궁구해보건대, ‘가말’은 가맣게 타들어감을 줄인 ‘가맣다(까맣다)’의 ‘가(黑)’와 ‘마르다’의 ‘말(旱)’이 합성된 말로 보인다.

祈(기)는 ‘신·제사’에 관련된 ‘示(시)’자와 兵士(병사)의 준말인 ‘斤(도끼 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는 출병 전 병사들이 모두 모여 신께 전쟁에서의 승리, 즉 복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는 모습에서 ‘신에게 빌다, 구하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비 오기를 빎을 뜻하는 祈雨(기우)의 최초 출전은 <진서(晉書)> 예지상(禮志上)의 “무제 2년(276) 춘분, 오래도록 가물었다……5월 경오일에 사직과 산천에 祈雨를 시작하니, 6월 무자일에 단비가 내렸다”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가뭄은 흉년·기근·기아로 이어지는 무서운 재앙이다. 고대 마야문명과 앙코르와트 문명은 가뭄으로 멸망했다. 시급히 장기적 수자원 계획을 수립하여 대가뭄의 지속에 대비할 때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 www.hanj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