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세상의 모든 빛을 담다

‘한지’와 ‘빛’을 주제로 한 장신구, 조명, 옻칠 작품 선보여

유럽에서 인정받은 독보적 작품성…한국 귀국 5년 만의 첫 전시

독일 등 유럽에서 인정받은 공예작가 김경신씨의 개인전 ‘한지 & 빛’ 전이 3월 26일부터 서울 대학로 샘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한지 귀금속’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김 작가는 동서양의 감성이 크로스오버된 한지 작품을 20여년 동안 하며 해외에서 인정받은, 이 분야의 독보적인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지의 영구성을 극대화하고 금속공예 기술을 결합한 장신구를 비롯해 채색 옻칠을 한 다완, 소반, 가구, 조명작품 등이 선보인다. 특히 명품으로 완성된 한지 귀금속(귀고리, 목걸이, 브로치 등)과 옻칠 상감기법을 이용한 다완, 한지 장신구에 ‘빛’ 이라는 자연 소재를 더해 만든 실내 조명등이 주목된다.

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뤄 온 두 축은 전시명과 같은 ‘한지’와 ‘빛’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예술에서 ‘한지’는 1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구성과 한국만의 차별성과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그에게서 ‘빛’은 각별하다. 예술적 영감의 출발이자 귀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옥이 즐비한 북촌에서 성장한 작가는 하루 중 가장 먼저 대하는 것이 한지 창호지를 바른 창과 빛에 따라라 굴절되는 창호지였다. 그는 “한옥에서 나고 자라며 보아온 창호문에서 커다란 영감을 받았다. 아침이면 비춰오는 연한 크림색의 빛이 창호지에 투과되어 어린 나의 잠을 깨웠다. 독일에서 장식미술을 공부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이런 빛을 유럽인들의 집안에 들여올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서울산업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슈투트가르트대 철학과 예술사, 포르츠하임 조형예술대 귀금속 및 금속공예 디자이너 석사학위, 하에델베르크대 예술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20여년간 전업작가로 독일에서 활동하며 한지 귀금속으로 독일ㆍ프랑스 등에서 열린 각종 공예전을 휩쓸었다. 코미테콜베르 국제디자인 공모전 대상(1994),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주관 공예사 공모전 장려상(1995), 독일 공예작품전 공예대상(1998), 제네바 국제발명가 박람회 은메달(1999) 등을 잇따라 수상했다. 2007년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오마주 아 앙겔라(Hommage a’ Angela)’ 장신구전에는 전 세계 디자이너 중 동양인으론 유일하게 초청받기도 했다.

김 작가를 유럽에 알린 한지 귀금속은 겹겹이 쌓인 한지를 파라핀으로 표면처리하고 전기분해기법으로 금ㆍ은ㆍ동을 결합한 것으로 매우 가볍고, 물에서도 변하지 않는 내수성과 내구성뿐만 아니라 빛의 투과성이 뛰어나 기존의 귀금속 공예와는 궤를 달리한다.

우리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옻칠 작품은 21세기 한국 전통공예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옻은 짙은 무채색’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뜨린다. 다양한 염료를 옻과 배합해 칠을 한 다완은 화려하면서도 품격있는 무게감이 돋보인다. 최근 선보인 ‘오합발우’는 전통 옻칠에 독특한 문양이 엄숙함마저 느껴진다. 옻칠 상감기법을 이용한 다완은 작가의 실험정신과 함께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상품성도 지녔다. “전통공예를 답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한국적인 공예 작품이자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생활품”이라고 한 작가는 21세기 한국 전통공예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한국에 귀국한 뒤 5년 만에 여는 첫 전시로 우리의 정서가 베어있는 한지에 온갖 빛을 모아 새로운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박순보 예술평론가는 “그가 만들어낸 빛의 세계는 지극히 한국적 정서를 현재적 소통구조 속에서 조형한 것들이며, 여타 한지 작가들이 추구하는 전통과 전승의 방법을 고수하기보다는 아방가드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래의 전통성 위에 새로운 전통을 추구해 나가는 자세를 보여준다”고 평한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이며, 일요일ㆍ월요일은 휴관한다. 02-3675-3737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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