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1942년 <매일신보> ‘평발’ 의미… ‘대인관계 폭 넓은 사람’뜻으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이른바 정치권의 마당발이었다. 그는 1,000여 명의 전화번호를 외울 정도로 인맥 관리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충청 출신 유력 인사들의 모임인 충청포럼을 중심으로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을 형성했다고 한다. <주간한국> 보도에 따르면 J씨라는 더 큰 마당발도 있단다.

마당과 발의 합성어인 ‘마당발’의 본래 의미는 “바닥이 마당처럼 넓고 평평하게 생긴 발”이었다.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을 뜻하는 ‘마당’은 어간(語幹)인 ‘맏’과 접사 ‘앙’을 합친 말로, ‘맏앙’을 소리 나는 대로 쓴 것이다. ‘맏앙(→마당)’에서의 ‘맏’은 ‘場(마당 장)’을 뜻하는 토속어로서, 형제자매 중 제일 손윗사람인 ‘맏이’의 ‘맏’과 동원어이다. 그 의미적 연계성은 ‘맏(上)→맏(首: 머리)→얼굴(面)→평평(平)→맏(場: 평평한 마당)’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마당발은 발바닥이 평평한 관계로 ‘平足(평족: Flat foot)’ 또는 ‘평발’이라고도 부른다. 평발인 사람은 조금만 걸어도 발이 퉁퉁 부어올라, 오래 걷기 곤란하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학창 시절 멀리 걷는 소풍 시엔 뒤에 쳐져 절룩거리기 십상이었다. 또한 마당발을 가진 이들은 옛날엔 장거리 행군을 자주 해야 하는 군대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토속어 ‘마당발’이 최초로 표기된 1942년 9월 12일자 <매일신보(每日申報)> 4면 “へンぺイ足(마당발)”의 기사에서도 ‘마당발’은 ‘평발’의 의미로 쓰였다.

그러다가 마당발이 평발에서 나아가 비유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대인관계의 폭이 넓은) 사람’의 뜻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5년 2월 12일자 경향신문에는 동료들로부터 ‘마당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MBC 탤런트 박규채(朴圭彩)씨 관련 기사가 등장한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1994년 신어(新語) 조사를 실시, 의미가 달라진 ‘마당발’에 대해 기록하고 그 후 표준국어대사전에 새로운 의미를 등재했다.

현재, 성완종 회장의 2007년 12월 두 번째 사면과 관련하여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주로 MB 친이계) 간에 진실공방이 격하게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나 MB측이나 자기들은 성회장과 관계없다는 얘긴데, 마당발이 달리 마당발이겠는가? 하여간에 이번 사건을 통해 신체적 마당발과 사회적 마당발 모두 오래 가기 힘들다는 교훈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 www.hanj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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