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디바 지존' 자리매김다시 부르기 '비욘드…'로 컴백멀티플 창법 구사 존재감 부각최백호·김두수 곡도 '리메이크'

강허달림 공연.
세대 간의 소통이 단절된 디지털 시대에 리메이크 작품의 존재가치는 소중하다. 신세대의 감각에 맞게 리메이크된 작품들은 기성세대에게도 추억을 안겨주며 신·구세대를 소통시키는 매력적인 작업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故 김광석은 2장의 다시 부르기 앨범으로 본인이 애창했던 한국 포크의 명곡에 존경심을 표해 절멸의 길을 걷던 포크음악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고 마치 자신이 오리지널 가수로 인식되는 성과를 올렸다.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이 프로젝트 다시 부르기 앨범 <비욘드 더 블루스>으로 돌아왔다. 다시 부르기 작업을 통해 김광석이 '80년대 한국 포크의 계승자, 적자'란 평가를 이끌어냈듯 강허달림은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이 '한국 블루스 여성보컬의 지존'으로 불릴 존재가치가 충분함을 공표했다. 자신의 색채가 분명한 노래만을 발표했던 그녀가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김광석이 그랬듯 강허달림도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선배 뮤지션들의 명곡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강허달림은 블루스적 감성이 중심인 음악을 구사하지만 이번 앨범 제목처럼 블루스에 머무르지 않고 깊은 한을 삭여낸 듯 쓸쓸함이 녹아 있는 목소리를 통해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멀티플 창법을 풀어내고 노력하는 뮤지션이다. 명반으로 각인된 1집을 통해 한의 정서를 탁월한 리듬감을 통해 극복하는 한국적 블루스 보컬이라는 의미 있는 전형을 제시했다. 이후 다채로운 질감의 장르적 어법을 풀어낸 2집을 통해 폭넓은 대중과의 소통을 모색하며 블루스 장르를 넘어서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자신의 보컬 색채가 분명한 그녀가 다른 가수의 노래의 리메이크를 한 이번 앨범은 또 하나의 음악적 도전이다.

다시 소속사 없는 독립군이 된 그녀는 저작권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곡 사용승인을 받아내는 힘겨운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앨범에 포함되지 못한 유명 곡들에 대한 아쉬움을 열정과 애정 그리고 간절함을 담아낸 탁월한 곡 해석으로 극복해 냈다.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 송창식의 '이슬비', '밤 눈', 엄인호의 '골목길', 김두수의 '기슭으로 가는 배',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숙자매의 '열아홉이에요' 같은 선배가수들의 노래들의 공통점은 원초적인 그리움과 외로움이라는 결핍의 정서로 가득한 가락에 있다. 그녀가 1집부터 꾸준하게 노래하는 정서적 핵심과 소통되는 지점이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노래한 블루스 명곡을 중심으로 포크, 팝, 심지어 트로트 질감의 가요 10곡은 한스럽고 리드미컬하고 블루지한 그녀의 노래들로 다시 태어났다는 점이다. 한국적 뽕 블루스의 대가인 이정선, 엄인호의 블루스 클래식 곡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지만 최백호의 데뷔곡이자 사모곡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의 달림 버전은 감동이었다. 숙자매의 '열아홉이에요'는 강허달림의 새로운 발견이자 의외의 감흥을 안겨준 노래다. 또한 앨범의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은 베이시스트 서영도, 블루스 기타리스트 찰리 정과 피아니스트 민경인 등 수준급 연주자들의 참여도 이번 앨범의 가치를 높였다.

강허달림 프로젝트 리메이크 앨범 비욘드 더 블루스.
무엇보다 많은 뮤지션들이 좋아하고 존경심을 표하지만 단 한 명도 시도하지 못했던 별나라에서 온 것 같은 김두수의 '기슭으로 가는 배'를 자신의 스타일로 흥미롭게 풀어낸 것도 놀랍다. 역시 강허달림이다. "개인적으로 김두수 선생님의 팬입니다. 리메이크 앨범을 하면 선생님 곡을 꼭 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도 있었는데 노래가 너무 어려워 녹음이 다 끝날 때까지 내가 왜 선생님 곡을 한다고 했었는지 후회를 했을 정도로 편하게 듣는 거와는 달리 노래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녹음할 때 세션들도 똑같은 반응이었고요."(강허달림)

요즘 그녀는 힙합과 일렉트로닉에도 관심이 지대하다. 지난해 래퍼 아이언과 함께 <쇼미더머니>(Mnet) 무대에 '독기'를 올려 검색어 1위에 올랐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음악적 진화에 대한 고민을 늘 상 하거든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음악적 영역을 계속 확장시키고 싶던 차에 큰 자극이 됐어요. 때가 된다면 제가 좋아하는 시를 모아 멜로디를 얹은 앨범도 만들고 보고 싶어요."(강허달림)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