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현전 '깨끗하고 평온함'… 송 때부터 '불순분자ㆍ반대파 제거'의미

13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북한군대의 2인자인 현영철(玄永哲)이 大불경죄의 사유로 4월 30일 평양의 강건(姜健)종합군관학교에서 고사포로 공개 처형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金正恩)의 측근인 마원춘(馬元春)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변인선(邊仁善) 軍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韓光相) 노동당 재정경리부장 등도 숙청되었다고 한다.

ZPU 고사포(高射砲)에 의한 북한의 숙청방식은 잔인했다. 高(높을 고)자를 쓰는 고사포는 말 그대로 높은 곳에 있는 항공기를 사격하는 용도의 대공화기로, 그 탄알 크기가 일반 소총에 비해 훨씬 크다. 그런데 2013년 12월 장성택(張成澤)을 처형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고사포 수십 발을 사람에게 연속 발사해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든 뒤 또다시 화염방사기로 시신을 흔적도 없이 불태웠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는 전례가 없는 극도로 잔인한 방식의 숙청 행위다.

肅(숙)은 聿(붓 율)과 淵(못 연)의 합자이다. 肅에서의 ‘붓(聿)’은 일부 청동기 금문에서 竹(대 죽)자가 쓰인 것으로 보아 직각으로 세운 붓의 모습에서 ‘반듯함’을 나타낸다. 그리고 肅에서의 ‘못(淵)’은 연못이 고요함을 상징하는 데서 ‘고요함’을 나타낸다. 즉, ‘肅’은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다들 조용히 하고 있는 엄숙한 모습에서 ‘조용하다, 엄숙하다, 깨끗하게 하다, 기강이 바로잡히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그리고 淸(청)자는 푸른(靑) 물(水), 곧 깨끗하고 맑은 물의 모습에서 ‘맑다’의 뜻을 나타낸다.

청소(淸掃)와 동의어인 ‘숙청(肅淸)’은 <한서(漢書)> 위현전(韋賢傳)에서는 ‘깨끗하고 평온함’, 주로 국가나 사회가 안정되고 태평하며 법 기강이 엄정함을 이르는 말로 쓰였다. 그러다가 송나라 증공(曾鞏)이 지은 <양주도임표(襄州到任表)>의 “신이 전날 제남을 다스렸는데 가장 번거롭고 바빴습니다. 들에는 도적떼가 횡행하고 마을에는 많은 무단의 호족들이 있어 길들이고 肅清하여 흉잔의 해를 소멸시키기 시작하였습니다”에서부터, ‘불순분자나 반대파를 깨끗이 제거함’의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본래 북한은 군사국가라, 엄정한 기강확립을 통해 통치해야 하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이번 숙청이 정권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칼로써 흥한 자 필히 칼로써 망하는 법이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 www.hanj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