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이 지닌 의미와 내면의 미

이철주, '꽃보다 아름다워라' 230x360cm, 한지, 먹
한국화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성찰을 수행해온 일초(逸初) 이철주 작가의 개인전 '꽃보다 아름다워라'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5월 20∼31일 동안 열린다.

1970년대 서민들의 순박한 일상을 수묵담채로 그려내 인물화가로 명성을 떨친 이 작가는 1990년대 이후 '우주로부터' 연작을 시작으로 구상과 추상이 만나는 방향으로 전환해 현실에 대한 작업보다 심상을 표현하는 작업으로 확장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화면에서 형상이 사라지고 색채는 먹빛으로 달라진 또 한번의 변화를 거쳐 완전한 추상의 세계로 몰입했다. 필선과 표현은 절제되고 단순화 되었으며, 구체적인 형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무제'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그 이후 작가는 커다란 한 폭에 먹으로 이루어진 사각형의 작은 조각들 맞추어 '획'과 '우연'이 만들어내는 "우연사출"의 개념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먹이 담긴 한지를 가로, 세로 같은 크기로 작게 자르고, 그 소립자들을 붙였다 떼었다를 수십 번 반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하나 하나의 개체가 연결하고 조화를 이루며 새롭게 탄생되는 공간의 조화는 마치 인생사와 같이 필연에서 우연으로 또 필연으로 끝을 내고 있다. 각각의 존재가 상호 연결되어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여백 없이 먹의 농담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이번 작품들은 그 동안 동양화에서 바라보는 여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먹의 농담과 하나 하나의 개체가 연결하고 조화를 이루어 내는 모습은 여백과 선이 없어도 먹의 본질적인 성질 만으로 작가는 담박하고 기운생동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수묵이 가지는 의미와 수묵이 주는 숭고하고 진중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만날 볼 수 있다. 02-735-9938

'꽃보다 아름다워라'-140x260cm, 한지, 먹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