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의 몽유와 애상 삼색도에 담아

홍순명, '역사를 바라보는 16개의 시선-안평대군', 60x50cm 16개,캔버스에 유채, 2015
시서화에 능한 예인이자 안목 높은 컬렉터로서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안평대군(조선 세종의 셋째 아들)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눈길을 끈다. 안평이 무계정사(武溪精舍)를 지은 곳에 자리한 서울 부암동 자하미술관에서 6월 5일부터 7월 12일까지 열리는 '몽중애상-삼색도(夢中哀傷 - 三色桃)'전이다.

이번 전시는 2013년 '몽유'전, 2014년 '도원에서 노니다'전에 이어 21세기 인문정신 재발견을 위한 자하미술관의 장기 기획 프로젝트 전시로 안평의 몽유(夢遊)와 애상(哀傷), 그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삼색도(三色桃)를 주제화해 펼쳐진다.

귀족과 궁궐의 후원에 핀 삼색도(三色桃)는 꽃과 열매의 색깔이 차츰 변해 세 가지 빛을 띠는 희귀한 복숭아 나무이다. 집현전 학자들이 안평대군에게 바친 비해당 48영(詠)에도 삼색도가 나온다. 성삼문의 시처럼 "열매 빛깔 짙고 옅은(色有淺深分)" 이 복숭아 나무는 결국 "세상에선 말이 많다(世俗徒云云)"는 한탄을 하게 했다. 인왕(仁王)과 무계(武溪) 사이에서 시와 회화, 그리고 정치적 이상과 꿈을 가진 안평의 재능은 결국 비극적 애상(哀傷)으로 끝을 맺게 됐다.

삼색도는 희귀한 아름다움이자 정치적 번복을 상징하는 알레고리이다. 안평에게 있어 무계는 이상이자 위험한 상징이 됐던 것이다. 문화적 자신감이 넘쳤던 시의 시대, 천재는 갔지만 몽유의 꿈은 남아 있고 그 꿈의 한 조각은 삼색도를 통해 나타난다.

이번 전시에는 강경구ㆍ권기수ㆍ김영헌ㆍ김종구ㆍ문봉선ㆍ박방영ㆍ서용선ㆍ신태수ㆍ유근택ㆍ정광호 등이 회화, 설치, 미디어 작품을 통해 안평의 꿈에 다가갔다.

관람은 평일 10∼18시. 월요일 휴무다. 02-395-3222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