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도 날려버린 '치유의 파티'2시간 무한질주 아시안체어샷'소나기…' 등 최상 사운드 구현차분하고 성숙해진 파블로프보컬 오도함 등 가창력 돋보여

아시안체어샷
지난 해 세월호 참사로 생성된 집단 멘붕은 대중음악계에 큰 좌절감을 안겼다. 금년에는 복병 '메르스'로 인해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었다. 예정되었던 공연과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홍대 인디씬은 록밴드들을 중심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 일상의 모습을 되찾으며 북적거렸던 홍대 일대는 중견밴드 피아를 비롯해 과 파블로프의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활기가 넘쳐흘렀다.

모처럼 과 파블로프의 공연을 보러 홍대 라이브클럽 벨로주와 상상마당 라이브홀로 향했다. 각종 오디션에서 수상했던 루키 시절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두 밴드는 이전보다 한결 세련된 무대매너와 사운드를 선보이며 한껏 성장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스탠딩으로 진행된 3인조 밴드 의 단독공연이 열린 벨로주. 100명이 넘는 관객들은 공간을 다채롭게 채색하며 희롱한 환상적인 조명과 생동감이 넘치는 라이브를 통해 메르스의 공포를 잊고 음악에 흠껏 빠져드는 치유의 파티를 즐겼다.

록밴드 은 2014년 1집 'Horizon'이후 1년 만에 4곡이 수록된 신보 EP를 최근 발표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록 노래부문 수상을 안겨준 이들의 1집은 세계적 밴드 스매슁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제프 슈레이더(Jeff Schroeder)의 프로듀싱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의 주선으로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Nirvana의 'In Utero' 앨범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티비 알비니(Stevie Albini)의 Electrical Audio Studio에서 녹음을 진행했다. 하루 12시간을 녹음에 전력을 다했다. 기존 국내 록 앨범들과는 차원이 다른 하이 퀄리티의 결과물은 감탄사를 터뜨리게 한다.

신보 발표 기념으로 마련된 이번 단독공연에서 은 2시간 동안 게스트 없이 질주하는 강철 체력을 선보였다. 데뷔 초기 투박했던 무대 매너와 진행은 깔끔해졌다. 촉촉하게 가슴을 적시는 신보의 타이틀곡 '소나기 속에서'를 포함한 총 4곡을 포함해 공연에서 선보인 레퍼토리들은 성장과 발전을 계속하는 이들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앨범 첫 트랙 '완전한 사육'은 전편 격인 '반지하제왕'에서 보여준 좌절의 정서를 딛고 여전히 희망 없는 현실이지만 발버둥이라도 쳐보려는 절박한 심정을 담았다. 익숙한 민요의 리프가 차용된 '채워보자'는 녹음 당시 외국 스탭들이 '한국의 블랙사바스(Black Sabbath)'라며 엄지를 치쳐 세웠던 한국적 향기가 넘쳐나는 이들만의 색채가 강력한 곡이다.

타이틀 곡 '소나기속에서'는 쓸쓸한 느낌의 기타 연주와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진행되는 보컬의 앙상블이 범상치 않은 백미다. 전자드럼과 멜로트론이 곡 진행을 이끄는 마지막 'Butterfly'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도다. 사실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1집에 비해 이번 앨범은 선명하게 발전을 이룬 사운드 질감과는 달리 수록곡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공연에서는 트리오 라인업으로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는 빈틈없이 꽉 차고 탄탄한 최상의 사운드를 구현했다.

파블로프 어쿠스틱공연
오랜 공백기를 딛고 돌아온 4인조 밴드 파블로프의 상상마당 단독공연도 뜨거웠다. 서울예고 미술과 동창생들로 결성된 이들은 무대를 휘저으며 뜨겁게 달구는 욕망덩어리 무대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차분한 어쿠스틱 무대로 성장한 모습을 선보였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리드보컬 오도함은 이전의 천방지축의 이미지가 아닌 세련된 무대매너와 향상된 가창력을 뽐냈다. 리드기타 류준의 내공 깊은 기타연주 솜씨는 여전했고 노래실력까지 보여주었다. 리듬파트를 맡고 있는 리더겸 베이시스트 박준철과 10대 소년을 연상시키는 동안의 드러머 조동원도 오랜만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파블로프, 은 메르스 공포를 완벽하게 지워주는 가슴 후련하고 뜨거운 시간을 제공했다. 두 밴드 모두 루키의 틀을 벗고 신뢰를 안겨주는 현재진행형 밴드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선명하다. 파블로프는 조만간 신보 EP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체샷 리드보컬 황영원 단공
파블로프 공연 모습1
파블로프 공연 모습2
파블로프 리드보컬 오도함 단공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