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깬 음악으로 시대 재해석

음악과 영화, TV 드라마에다 공연 기획ㆍ연출, 출판까지 그의 예술적 관심은 전방위적이다. 그러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무한 애정과 비판은 일관되고 무게가 있다. 음악평론가 강헌 얘기다.

강헌이 세상과 소통하며 내놓은 말과 생각을 <전복과 반전의 순간>(돌베개) 신간에 모았다. 책은 음악사에서 중요했던 네 가지 장면을 다뤘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재즈와 로큰롤, 1970년대 한국의 통기타 가수와 그룹사운드, 18세기 유럽의 모차르트와 베토벤,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가요들이다.

얼핏 무관해 보이는 네 장면을 저자는 시공을 넘나들며 문화사적 비평으로 버무려 주요한메시지를 끄집어낸다. 마이너리티 예술인 재즈와 로큰롤이 음악사의 혁명아가 된 것을 1970년대 한국 최초의 청년문화인 통기타 혁명과 연결시킨다. 재즈와 로큰롤, 통기타는 문화의 아웃사이더에서 주류 시장을 점령한 혁명성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통기타는 군부 정권에 의해 처형당한 차이가 있다.

저자는 모차르트에 대해 귀족으로부터 벗어나 음악을 만들려다 실패한 ‘궁정 사회의 시민 음악가’였고, 베토벤은 시민계급의 등장에 힘입어 자율성을 얻어낸 ‘예술적 공화주의자’였다고 평한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평생 비정규직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한국 대중음악사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가수 윤심덕의 ‘사의 찬미’ 신드롬 배후에 당대 일본 오디오 산업의 음모가 있었고, 이 신드롬을 징검다리로 해 일본의 엔카 문화가 1935년 ‘목포의 눈물’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했으며, 엔카의 한국 버전인 트로트가 최후의 주류 장르로 등극한다고 평한다.

무수한 사건과 개별 인물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 독특한 독법은 책의 묘미를 더해준다. 가령 1917년을 언급하며 재즈 음반이 최초로 발표된 해이면서 박정희가 태어난 해이고, 이광수의 ‘무정’이 출간된 해이자 레닌의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해임을 상기시킨다.

책의 도발적 제목처럼 기존의 선입견들에 대한 전복과 반전의 사유를 시도한 점은 신선하다. 예컨대 재즈가 노예의 삶을 살아온 흑인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재즈 음악을 만들어낸 이들 다수가 백인이며, 미국 재즈를 대표하는 루이 암스트롱이 성공한 이면에 백인들의 지배 전략에 순응했던 이력이 자리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모차르트는 신동도 천재도 아니다”라며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으나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말한 작품들은 대부분 스물다섯 이후에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나왔다”고 평한다.

책을 마무리할 때 쯤이면 음악이 당대의 정치적 문화적 자장과 깊이 연관돼 있고 과거와 연결된 오늘을 새롭게 바라보는 매우 효과적인 창구이자 주효한 방법이라는 인식과 마주하게 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