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국내 걸그룹의 원조 ‘김시스터즈’ 헌정무대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개막작 <다방의 푸른꿈>이 화제다. 김대현감독이 연출한 73분 다큐멘터리 영화는 최초의 걸그룹인 ‘김시스터즈’에 대한 이야기다. 한 편의 영화로 인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시스터즈 멤버 김민자 부부가 함께 내한했다. 1959년 아시아 걸그룹으로는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그녀는 3번째이자 무려 28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다.

김민자와 토미 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타더스트 호텔에서 공연하다 만나 1967년에 결혼했다. 두 사람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행사에 참석한 후, 서울 CJ 아지트에서 영화 상영에 이어 기념공연까지 했다. “함께 영화를 보신 민자 선생님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한참을 오열하셔서 당혹스러웠지만, 감독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김대현감독) 헝가리로 떠나기 전 날 밤인 16일 일요일 저녁 7시 홍대 앞 LP 라이브카페 곱창전골. 기적 같은 일이 이어졌다. 다큐영화에 출연한 미미시스터즈와 바버렛츠가 함께 ‘기쁘다 민자 언니 오셨네’ 헌정공연을 마련했던 것.

미미시스터즈(큰 미미, 작은 미미)와 바버렛츠(안신애, 김은혜, 박소희)는 평소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꿈꿨다. 김민자의 방한은 '시스터즈'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미미시스터즈와 2010년대판 김시스터즈를 꿈꾸는 바버렛츠가 합체해 헌정공연을 열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음악과 활동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후배 시스터즈로서 뭔가를 준비해야 된다는 사명감으로 사고를 쳤습니다.”(큰미미)

비가 주룩주룩 내렸던 그날, 헌정공연이 열린 곱창전골에는 ‘걸그룹의 전설’ 김시스터즈의 멤버 김민자의 헌정공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또한 주인공 김민자 부부를 비롯해 다큐영화 ‘다방의 푸른 꿈’을 연출한 김대현감독, 포크의 대모 양희은까지 참석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한 헌정공연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오프닝 무대는 ‘시간여행 걸그룹’ 바버렛츠가 맡았다.

바버렛츠는 마치 김시스터즈가 환생한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었다. 기막힌 화음은 기본이고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하며 춤추고 노래하는 판박이 모습을 재현했다. 당시 김시스터즈가 이런 스타일의 무대로 서양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김시스터즈는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가야금, 장구, 기타, 색소폰, 트럼펫 등 13개가 넘는 동서양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해 서양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이어 이번 헌정공연을 주도하고 기획한 미미시스터즈의 무대로 이어졌다. "밴드에서 독립해 1집을 내고 힘든 시기에 <시스터즈를 찾아서>를 준비했었습니다. '다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무렵 김시스터즈의 일화를 비롯해 선배 걸그룹의 음악을 많이 접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죠."(미미시스터즈) 미미시스터즈는 바버렛츠와 함께 한국 걸그룹 역사에 아롱 새겨진 김시스터즈의 ‘찰리 브라운’을 비롯해 이시스터즈의 ‘울릉도 트위스트’, 펄시스터즈, 바니걸스, 숙자매의 노래를 메들리로 신나게 협연해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후배들의 무대가 끝난 후, 주인공 김민자가 환호 속에 깜짝 등장을 했다. 자신을 기억해 준 고국 팬들에 감사인사를 전한 그녀가 남편과 함께 어머니 이난영의 대표곡 ‘목포의 눈물’을 열창하자 객석은 감동의 도가니로 숙연해 졌다.

하이라이트는 김민자와 함께 미미시스터즈, 바버렛츠와 객석에 있던 양희은까지 합세해 부른 김시스터즈의 히트곡 ‘김치 깍두기’를 불러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콜라보레이션을 연출한 엔딩 무대다. 한복을 선물로 주며 걸그룹의 뿌리를 찾고 선구적인 길을 걸었던 선배에게 존경을 표한 이날 무대는 그 어떤 무대에서 구현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 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홍대 거리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채 걸그룹의 전설 김민자를 배웅하는 두 걸그룹 멤버들의 모습은 대견하고 뭉클했다. 뿌리를 찾고 전통을 계승하려고 뭉친 미미와 바버렛츠의 헌정작업은 모두에게 아름다운 선물이 되었다.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