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나무 부루다 기록콘서트가 제시한 소통의 가능성

공연의 3대 요소는 무대와 아티스트, 관객이라 할 수 있다. 아티스트의 인지도와 화제성 높은 공연 기획으로 인해 구름관객이 몰려들었는지, 티켓이 팔리지 않아 객석이 썰렁했는지가 중요한 흥행과 공연 콘텐츠의 질과 완성도는 별개의 일이다. 흥행 대박이 터진 공연이 콘텐츠까지 성공적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흥행과 작품성의 공존은 모든 창작자들의 꿈꾸는 로망이다. 그만큼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한국 대중문화계는 공연의 내용과 완성도 그리고 관객의 만족도를 분석하는 리뷰문화가 척박하다. 오로지 흥행 성적만을 중심에 두고 있는 천박한 분위기다. 최근에는 대중음악 콘서트관련 리뷰기사가 간간히 등장하고 있지만 언론과 기획사는 여전히 공연의 흥행과 직결되는 사전 홍보와 보도에만 집중한다. 공연의 작품성과 완성도 그리고 관객의 반응에 대한 평가에는 무관심하다. 흥행에만 몰두하는 저급한 환경은 리뷰문화 부재라는 결과를 불러왔고 전체적인 공연의 질 저하에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연에서 감동과 만족감을 안겨주는 뮤지션과 관객의 소통과 콘텐츠의 질, 완성도의 중요성은 너무나 중요하다. 사실 공연의 감동은 수 십 만원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되는 대형공연만의 전유물은 절대 아니다. 우연하게 길을 가다 마주한 어느 무명가수의 길거리 버스킹도 평생 지울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줄 여지는 있다. 공연 콘텐츠가 담고 있는 진정성과 소통을 위한 신선하고도 새로운 기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잔다리페스타와 와우 북 페스티발로 홍대 앞이 시끌벅적했던 지난 주말, <권나무의 20가지 기록 그리고 당신의 기록>공연이 열린 홍대 앞 벨로주에 다녀왔다. 싱어송라이터 권나무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로 선정된 이후 첫 정규앨범 ‘그림’에 수록된 ‘어릴 때’로 2015년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부문’을 수상했다. 부루다콘서트가 기획한 ‘기록콘서트’는 흥미롭다. 뮤지션이 직접 콘서트 요청하고 일주일 동안 공식 웹사이트에서 팬들의 선 구매로 진행되는 공연 티켓이 매진되어야만 성사되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반응이 없으면 공연이 무산되는 살 떨리는 서바이벌 형식인 셈이다.

뮤지션이 선택한 주제의 사진기록을 통해 팬들과 음악과 이야기로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라! 처음 들어보는 새로운 방식의 공연이다. 이 공연의 중심에는 '소통'이라는 대명제가 자리 잡고 있다. 충남 서천의 초등학교 교사이자 뮤지션인 권나무는 집, 학교, 음악활동까지 멀티플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 공간에 대한 20가지의 기록들로 관객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공연장 입구 계단 벽면에는 뮤지션이 제시하고 20일 동안 기록한 같은 주제에 대해 공모한 관객들의 기록물들이 함께 장식되어 있었다. 작은 사진들을 보면서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생소한 기록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증폭되었다.

공연 시작 전부터 권나무와 관객들은 함께 만들어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해 보였다. 늘 무대에서 노래에만 집중했던 권나무는 기획사측이 구성한 공연 콘티에 따라 관객과의 셀카를 어색하게 시도해 웃음을 유발했다. 수줍게 자신이 기록한 사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도 관객들에게 순수하게 다가가는 효과를 발휘했다. 현직 교사라 그런지 자신이 기록한 사진을 배경으로 일상이 노래에 접목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의 스킬은 대단했다.

“제가 선택한 ‘나의 공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객들이 올려준 댓글은 저와 비슷한 점도 많아 흥미진진하더군요. 이번 무대에서 들려준 ‘아무 것도 몰랐군’이라는 노래는 사실 제목도 가사도 미완성 상태였는데 관객들의 댓글을 보면서 비로소 완성한 노래입니다.”(권나무) 부루다콘서트에서 기획한 기록콘서트 시리즈는 작년 12월 14일 김목인을 시작으로 요조, 바드, 시와, 제리케이, 최고은을 거쳐 권나무까지 성사되었다. 다음 순서는 좋아서하는 밴드, 얀키, 투엘슨, 프롬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좋아서 하는 밴드>는 ‘자랑’이라는 주제로 사진과 글을 기록해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