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설’ 허구 드러나…미술계 이권 다툼ㆍ음모 결합작, ‘국과수=불능’시도 파문

고미술 관계자 돈 문제 충돌 과정에 ‘이우환 위작설’ 소문 불거져
미술계 불순세력 ‘이우환 감정권’ 노려 ‘위작설’확대 정황 드러나
경찰, 이우환 화백 감정 요청 묵살해 파문…화랑ㆍ소장자 무리한 수사 도마 위에
작품 감정 국과수 의뢰 시도… ‘불능’노린 음모 세력에 이용당해 문제될 듯


‘이우환 위작설’의 실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위작설’에 관여한 이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3년 전부터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이우환 위작’ 사건이 마침내 종결점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담당한 국가 기관이 당사자인 이우환 화백의 감정 요청을 묵살해 인격을 모독하고 헌법 가치와 미술계 기본 질서를 해치는 행태를 보여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이 혐의 사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자 화랑과 작품 소장자들에게 “가짜 작품” “세무 조사” 등 비합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우환 작품에 대해 이 화백의 고유 감정 권한을 무시하고 타 국가기관(국과수)에 감정을 맡기려는 비상식적인 조치를 취하려고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우환 위작’사건에 미술계 불순한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정황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작품 감정을 국과수에 넘기는 것은 불순 세력의 ‘음모’(감정 불능)에 이용당하는 꼴이 돼 미술계를 비롯한 문화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우환 화백이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 미술사에 조롱거리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오죽 했으면 이우환 화백이 “이우환 하나 죽여서 대한민국 정부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 도대체 몇 년째 실체 없는 위조설로 작가를 죽이고 대한민국 문화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건가. 위조범이 있으면 잡으면 되고, 그 증거를 나에게 보여주면 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정말 미술판이 한심하고 어이가 없다. 누가 작가를 죽이기 위해 일을 벌이고 있다는 의심까지 든다”고 절규한 이유다.

이 화백은 지난 10월 24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위작설이 나오고 확산되는 미술계와 언론의 풍토를 개탄하고 경찰조사가 몰상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화백 작품에 대한 위작 시비가 불거진 2012년 중순부터 최근까지 기자는 다수의 관계자들을 만나 '이우환 위작’ 논란의 실체에 접근했다. 그리고 위작 논란이 그릇된 소문과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에 의해 확산됐고, 경찰 수사가 사건의 본질과 동떨어지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식으로까지 잘못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을 멍들게 하고 미술계를 어지럽히는 ‘이우환 위작’ 논란의 실체를 추적했다.

‘이우환 위작’ 논란의 진원지

‘이우환 위작’ 논란의 요지는 고미술업을 하는 현모(65)씨가 일본 대판시에서 ㈜00고미술연구소 대표 이모(66)씨와 공모해 2010년 100억대에 이르는 이우환 작품 수십∼100여 점을 위작해 국내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미술 관계자(작가, 화랑, 고미술상 등)를 만나 확인한 결과 ‘이우환 위작’ 논란 사건은 2013년 8월 하순 서울 인사동의 한 고미술상에서 비롯됐다. 당시 인사동 임모 고미술상 가계에는 임씨를 비롯해 현씨, 천모씨, 또 다른 임모씨가 모인 가운데 고미술 판매업자 이씨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고미술상 임씨가 이씨에게서 돈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하자 현씨가 가세해 이씨를 강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이우환 위작’ 얘기가 튀어나왔다.

현씨는 2년 전 중국에서 가져온 민화(초상화)를 포함해 그가 그린 것과 골동 등 엄청난 고미술품을 이씨에게 건넸는데 처음에 몇 천만원을 주었을 뿐 시간이 지난 후 그림값도 안 주고 “민화 받은 사실조차 없다. 언제 주었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자 화가 치민 상황에서 ‘이우환 위작설’을 꺼낸 것이다.

현씨와 이씨는 2∼3년간 현씨가 그린 민화를 일본에 판매하며 공생관계를 이어오다 재산문제(민화값 배분 문제 등)로 크게 다퉜다. 이후 이씨가 100억원대의 빌딩을 구입했고, 김모씨가 판매에 가담해 50억원을 벌어 외제차를 구입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씨ㆍ김씨가 현씨의 이우환 위작을 판매해 수십억대의 돈을 벌었다는 풍문으로 부풀려졌다.

이렇듯 ‘이우환 위작설’은 현씨에 의해 표면화됐고 당시 동석한 고미술상 임씨가 10여일 후 한국미술품감정협회 S씨에게 전하면서 확대ㆍ증폭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우환 위작설’ 허구로 드러나

‘이우환 위작설’은 미술계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화랑계를 술렁이게 했다. 이에 국내 양대 화랑(현대ㆍ가나) 대표와 이우환 화백과 인연이 깊은 부산 공간화랑 신옥진 사장, 감정협회 등이 진상을 규명하고 위작범을 잡아야 된다고 관계자들에게 호소했다.

파리에 체류 중이던 이우환 화백도 2013년 11월 25일 급거 귀국해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내가 확인한 것 중에서는 가짜가 없었다”며 사실관계 규명을 요청하고 위작범이 있으면 처벌하여 달라고 호소했다.

사태의 파문이 커짐에 따라 미술계와 사정기관에서도 진상파악에 나서자 위작범으로 알려진 현씨와 판매책 이씨는 2013년 11월 미술계 유력인사에게 ‘이우환 위작설’의 실체를 털어놨다.

현씨는 “이씨와는 7〜8년 전부터 동양화 거래를 했고, 2〜3년 전부터 외상거래를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져 간 그림 값을 주지 않음은 물론, 그림(민화)을 받은 사실조차 부인해 격분해 있던 중 2013년 8월 우연히 인사동의 안면 있는 임씨(고미술상) 가게에 들렀다가 임씨가 ‘이씨가 작품을 가져가고 돈을 주지 않는다’고 성토하기에 본인도 맞장구를 치면서 이우환 위작건을 이야기한 것이다”고 고백했다.

현씨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을 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일본에서 이우환을 위조한단 말인가. 100점 위조하려면 200일 이상 일본에 가 있어야 하는데 말도 안 된다. 당시 이씨 혼자 돈을 벌면서 받은 작품마저 부인하길래 그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야 한다는 복수심 때문에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서양화를 모르는 이씨에게 무슨 서양화를 판단 말이냐”고 했다.

현씨는 2010∼2011년 사이 일본에 간 일은 없고 5∼6회 중국으로 출국했고 2일 또는 4일 등 총 12∼13일 중국에 머문 사실밖에 없다며 일본에서의 위조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판매책으로 지목된 이씨는 “수년 동안 현씨의 민화를 일본에 팔아 돈을 번 것은 맞지만 이우환 위작 판매는 말도 안된다. 허위 소문을 퍼뜨린 현씨와 임씨, 그리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감정협회를 처벌해달라”고 했다. 이씨는 “현씨가 민화값에 대해 거짓말 하고 있다. 현재 사람을 풀어 현씨를 추적하고 있는데 잡히는 대로 수사기관에 데리고 가겠다”고 별렀다.

이씨는 “직접 이우환 작품을 판 적은 없고 2012년 상반기 지인을 통해 부산에서 화랑을 하는 김모씨에게 일본 호텔에서 이우환 작품 소장자를 직접 만나게 해주어 상호간에 작품 확인 한 후 양인 간에 거래를 했고 거래대금도 소장자인 재일교포가 한국으로 건너가 직접 받았을 뿐 내가 판매에 관여한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우환 위작을 판매해 100억대의 빌딩을 구입했다는 얘기에 대해 “누가 그런 헛소문을 내는지 가만 안 두겠다.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사실 이씨가 100억대에 구입했다고 알려진 부산 해운대구 소재 건물은 10억대에 불과했고 구입대금 중 3분의2가 은행융여서 위작품을 팔아 100억원대의 재산을 증식했다는 부분은 믿기 어려웠다.

한편, 위작판매로 벤츠를 구입하고 50억을 벌었다고 지목된 김모씨는 “미술계가 아사리판이다. 아직 집도 없고 돈 얘기는 할 형편도 안 된다. 현모라는 사람을 아직 얼굴조차 한번 본 일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시장을 흔드는 불순한 세력들에 대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3년 어떻게 똑 같은 일들이…”라면서 현재 진행되는 일들에 대해 격분했다.

실제 김씨는 자기 집도 없이 부산에서 3000만원 임대료에 40만∼5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는 10평 미만의 조그만 화랑을 힘겹게 운영하고 있었다.

현씨와 이씨로부터 위작 사건의 실체에 대해 진술을 들은 미술계 관계자는 현씨 진술의 진위를 규명하기 위해 2012년∼현재까지 이우환 작품을 거래한 당사자 모두와 감정요청 및 거래된 50여 작품에 대해 출처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이씨와 직접적으로 거래를 한 작품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현씨가 위작품을 제작해 이씨에게 건네줬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작설’배후 ‘음모’ 그림자

‘이우환 위작설’의 단초가 된 위작범 현씨와 판매책 이씨의 진술에 따르면 ‘위작설’은 말 그대로 ‘설(說)’ ‘소문’으로 밝혀지고 있다.

더욱이 현씨가 일본에서 위작했다는 2010-2011년 사이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아가 이우환 작품 100점을 위조하려면 약 200일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데 아무리 양보해도 현씨의 중국 체류 10여일 동안 100점에 가까운 이우환 작품을 위작했다는 것은 미술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 된다.

이씨 또한 ‘이우환 위작설’과 무관하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입장을 곤란하게 한 감정협회를 처벌받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13년 말부터 ‘이우환 위작설’ 파문은 잦아드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2014년 상반기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이우환 작품을 감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해 달라고 이 화백 관계자에게 요청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또 다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현씨가 ‘한국에서 이우환 작품을 위작해 일본으로 보내진 후 다시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매처가 한국이라면 한국에서 위작해 위험스럽게 일본에 보낸 후, 다시 한국으로 건너오게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미술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우환 위작설’이 끊이지 않자 1980년 초 일본 경매에서 구입한 이우환 작품을 처음으로 한국에 가져온 박모(89)씨가 위조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도쿄의 이씨 사무실을 우연히 들린 것처럼 가장해 모든 것을 살펴봤다. 박씨는 “별 값어치 없는 골동품과 민화류 등만 가득하고 서양화는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우환 위작설‘에 대해선 뜻있는 미술계 인사들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됐고 소문으로 떠도는 이우환 위작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2015년 들어 ‘이우환 위작설’이 다시 불거졌다. 진원지는 감정협회와 고미술협회 관계자로 추정됐다.

2014년 내내 감정협회는 이우환 작품 감정권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2015년 초부터 감정협회로 의심되는 이우환 화백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우환 위작설’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심지어 이 화백이 확인해 준 것까지 ‘가짜’로 만든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올 3월부터 홍콩 아트페어 및 베니스 비엔날레 등지에서 감정협회 책임자가 이우환 화백이 있는 자리에서 ‘자기 그림도 보지 못한다’는 식의 망신을 주는 일이 벌어지면서 감정협회에 대한 의혹이 짙어졌다.

게다가 감정협회 관계자가 국내 대형갤러리 대표에게 “이우환 선생이 고소하게 해 달라”고 강하게 당부(압박)했다는 얘기와 함께 경찰에 허위 제보를 했다는 풍문까지 들렸다.

한편, 고미술협회 고위 관계자와 전술한 이우환 위작 판맥책으로 잘못 알려진 고미술연구소 이모 대표와의 ‘악연’이 경찰 수사를 불러왔다는 얘기도 나왔다. 골동품 판매 문제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고미술협회 임원 김모씨가 이씨를 혼내주기 위해 올 초 이씨가 ‘이우환 위작설’에 연루돼 있다는 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 등을 거치면서 ‘이우환 위작설’에 대한 괴소문이 확산됐고 경찰청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도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6월 22일자 '위조된 이우환 그림 100억대 거래 의혹' 기사에서 그 같은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1일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국내외에 유통한 혐의로 A씨(65) 등 7명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이 화백의 기존 작품 수 점을 모작(模作)한 뒤 B화랑을 통해 경매에 부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이 이 화백 위작을 판매해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위조 전문가로 1990년대에도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위조한 모작을 유통시킨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7월 13일자 ‘이우환 화백의 위작, 150점 이상 국내외에서 유통’ 기사에서 “서울경찰청은 이 화백의 작품을 위조해 국내외에 유통한 혐의로 위조 전문가, 화랑 관계자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경매에서 위작을 판매해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으나 핵심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기사에서 A씨는 앞서 언급한 민화를 전문으로 그리는(또는 위작) 현씨이며 100억대의 수입을 올렸다는 중앙ㆍ경향의 경찰발(發) 보도는 전술한 바와 같이 사실(fact)과 다르다.

경찰 무리한 수사 도마 위에

허구로 판명되고 있는 ‘이우환 위작설’과 관련해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미술계는 물론, 문화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16일 인사동 소재 모 화랑을 압수수색한 이후 경찰에서 아무런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자 거래처를 압박한 것과 이우환 화백의 위작 확인 요청을 묵살한 게 지탄 대상이다.

경찰은 인사동 K화랑에 대한 압수 수색 후 혐의를 찾기 어려워지자 ‘가짜’ 색출이라는 명목 아래 K화랑을 비롯해 일반 화랑의 거래처까지 추적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작품이 가짜다”“세무조사 시키겠다”는 식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부산의 모 인사에게 전화해 “작품이 가짜”라고 해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부산의 이 화백 작품 소장자는 경찰청장은 물론 관계요로에 진정하겠다면서 전화내용을 녹취까지 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술 관계자들은 "아무런 근거없이 소유자에게 전화를 해 ‘가짜’ 등을 거론하는 것은 ‘건전한 상거래는 국가가 보호한다’는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공동체 질서 파괴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술품 수사의 출발은 위조범 검거 및 위조미술품 확보에서 출발되고, 이런 증거를 국가(경찰)에서 확보한 후 관련자들을 추적해야 한다. 위조미술품 확보가 관건인 것이다

현재 경찰에서 위조미술품을 확보한 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미술인들은 수사과정에서 선량한 거래 질서 보호라는 사회공동체 근본원리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위조와 관련 없고 범죄혐의가 확정되지도 않는 것을 수사한다는 말들이 인사동 등에 널리 퍼져가고 있고, 심지어 손님에게까지 전화한다는 설이 퍼져 많은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우리헌법은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였으며(제10조),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제12조 제2항)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 수사기관은 죄형법정주의에 명기된 범죄를 수사함 있어, 무죄추정의 대원칙 하에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범의(고의) 확인 및 증거를 확보한 후 확보된 증거에 따라 관련자들을 신문하면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증거확보 및 제시의무는 국가(수사기관)에 부여 되어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위법한 방법에 의한 증거 수집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또한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거나 범죄와 관련 없는 선량한 거래관계를 들추어내는 등 사회공동체의 근본 질서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적 합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경찰의 이우환 위작논란 수사는 최고 규범인 헌법과 법률이 명시하고 있는 국가사법운용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게 법학자들의 중론이다.

작가 확인 요청 거부 대파장 일어

경찰이 압수작품에 대한 이우환 화백의 확인요청을 거부해 국제적 파문 초래와 함께 문화 국격 위상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대파장을 낳고 있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서명 등)하고 이를 확인(보증)하는 것은 세계각국 공통법이다. 타인이 감정하려면 권리(위임장, 대리권)를 양도(승인)받아야 한다. 이 화백이 현대화랑 박명자 대표와 부산 공간화랑 신옥진 사장에게 작품감정위임이란 법률적 효력이 있는 위임장을 작성ㆍ교부한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작품 확인권은 작가에게 있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위조범 검거 및 증거자료(위작품) 확보와 육하원칙에 따른 범죄사실을 제시해야 한다. 작가의 확인은 판결에 해당하는 법률적 효력이 있으며 기타 감정단체의 결과는 추정되는 의견에 불과 할 뿐 법적 효력이 없고 인정되지 않는다.

이우환 화백은 압수한 작품을 확인하기를 원했으나 경찰이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모가 자식을 확인하겠다는데 이를 거부하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격양했다. 이 화백은 문화국격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사태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화백은 “지금까지 내가 보고 사인한 것은 다 문제가 없다. 그리고 이 수년간 나는 단 한점도 가짜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향후 이상한 것이 있으면 다 내가 보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비통해 했다.

우리 헌법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제22조 제1항), 저작자ㆍ발명가ㆍ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서 보호한다(제2항)고 명시돼 있다.

헌법 학자들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작가의 작품확인 요청을 거부한 것은 헌법 제22조 제2항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헌법 정신을 유린 하는 것과 같다”고 해석한다.

또한 ‘작품은 작가가 창작하고 확인한다’는 법률 및 세계법(저작권법)에 대한 위배행위로 권한 없는 인사들에 의한 법률위반 행위를 방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과수 감정’은 음모세력 노림수

미술계에서는 10월 16일 화랑으로부터 압수한 이우환 작품(6점)에 대해 경찰이 ‘작품은 작가가 확인한다’는 국법 및 세계법 규정을 위배하면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감정을 맡기려 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술계와 법 전문가들은 “법을 집행하는 국가(경찰)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세계미술역사에 실로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술 전문가들은 국과수에서 작품을 감정할 경우 결과는 무조건 ‘불능’이며, 이후 작가가 다시 감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작가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을 확보하지 못한 국과수에 작품감정을 하면 불능판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술계와 문화계 인사들 사이에선 ‘이우환 위작설’이 허구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압수한 이우환 작품을 국과수에 감정을 맡기는 것은 ‘불능’ 판정을 기대하는 불순 세력에 부응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우환 위작설’ 과 관련해 작가의 감정권을 집요하게 요구한 감정협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는 점과 일부 미술단체의 불순한 의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국과수=불능’이라는 파국적 결과는 막아야 한다는 게 미술계와 문화계의 중론이다.

미술계의 한 중견 인사는 “권한 없는 인사들이 미술판을 흔들고 나아가 나라의 문화기반까지 흔들려는 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위작설’ 사건을 잘 알고 있는 미술계 인사는 “현모씨의 위조설은 실체가 없고, 더 나아가 설령 현모씨가 몇 점 위조했다고 해도 조잡해 장안평 등 도깨비 시장 쪽으로 흘러 나갔을 뿐이란 사실을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음에도 감정권을 빼앗기 위해 이우환 작가에 대한 인격테러와 한국미술문화의 전령사인 화랑까지 테러하고 있다”며 감정협회를 겨냥했다.

미술계와 문화계는 우리 문화국력의 상징인 이우환 화백이 이번 위작 사건으로 명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