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공항은 일상의 풍경이별을 노래하는 '동경' 대신 해외여행 즐기려는 설렘으로하림, 감성적 R&B '출국' 눈길윤종신 '도착' 가슴 저린 수작

2000년대 이후 공항 관련 노래들.
(파트2에서 이어옴) 90년대까지 공항을 소재로 한 노래는 언급할만한 신곡 발표없이 정체기를 보냈다. 트로트 장르가 주도했던 공항 관련 대중가요들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못친소'에 출연해 유명해진 뮤지션 하림은 2001년에 발표한 1집'다중인격자'에 수록된 감성적인 R&B곡 '출국'으로 주목받았다.

이 노래는 누구나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멜로디와 기교를 부리지 않는 담백한 중저음의 보컬이 장점이다. 담담하고 심플한 멜로디는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편안함을 안겨주며 청자의 감성을 요동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떠나는 슬픈 풍경을 담은 멜로디와 이별을 극복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공항에서 해외로 떠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마음을 애태우는 이 노래는 옛 노래들과 정서적으로 특별할 것이 없다. 이 노래가 특별한 것은 마지막 구절 '기어코 떠나버린 사람아 편안히 가렴 날으는 그 하늘에 미련 따위는 던져버리고'라는 돌아오라고 애걸하기보단 돌아오지 말라는 느낌을 주는 구절인데 공항 소재 노래의 정형을 일거에 깨트리는 반전의 짜릿함을 준다. 이 노래는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안겨준 모든 나쁜 기억들을 하늘에 던져버리고 신나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2003년 세계적인 공항으로 급부상한 인천국제공항을 노래한 강진주의 '인천국제공항'과 2004년 김용임의 '영종도 국제공항'이 등장했다. 음악적으로는 퇴행적이고 질리도록 넘쳐나는 이별의 정서를 답습했기에 추천하고 싶은 곡은 아니다. 2004년에 발표된 마이 앤트 메리(My Aunt Mary)의 3집 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47위 선정된 명반이다. 세련된 곡들이 넘쳐나는 이 음반에는 상큼한 팝과 모던 록이 어우러졌는데 특히 '공항가는 길'은 유학문제로 밴드를 탈퇴하게 된 드러머 이재윤을 공항으로 배웅하며 만든 곡이다. 거부할 수 없는 유연한 멜로디와 군더더기 없는 코러스가 매력적이다.

2006년 발표한 혼성트리오 거북이의 4집에 수록된 랩 댄스 곡 '비행기'는 리더 터틀맨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119 구급차에 실려 간 수술실에서 심장수술을 받는 의식불명의 시간에 그의 귓가에 맴돌았던 멜로디였다. 회복 후 병상에 누워 만든 의식불명의 자신을 깨웠던 '비행기'는 결국 세상을 떠난 그가 꿈꿨던 멋진 인생이 담겨있다. 이 노래는 어린 시절 하늘을 날던 비행기를 보고 꿈꾼 푸른 하늘을 동경한 동심을 되살려준다. 난생처음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는 설렘이 묻어 나오는 가사는 '하와이안 베이비 기타'의 이국적인 사운드, 깜찍한 리듬선율이 어우러져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을 발휘한다.

2012년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된 '도착'도 추천하고 싶은 멋진 노래다. 이 노래는 뮤지션보다 예능 프로그램 방송인으로 더 유명해진 윤종신을 음악인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 수작이다. 탁월한 여성보컬리스트 박정현이 부른 발라드 곡 '도착'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80-90년대 가요시대의 음악적 개성과 장르의 매력을 안겨준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공항의 풍경으로 시작한다. 비행기를 타고 유럽의 어느 도시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 이방인의 쓸쓸함은 서늘한 박정현의 음색을 타고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혼자 외국으로 떠나기 위해 지금 공항에 있다면 꼭 한 번 들어보시라.

한국인에게 공항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닌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만큼 공항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금년에 등장한 일렉트로닉 록 밴드 프롬더에어포트(From The Airport)의 탄생은 시사적이다. 팀 이름에 공항이 들어간 최초의 밴드 프롬 더 에어포트는 유니크한 일렉트로 록 사운드를 구사한다. 해외 시장에서 먼저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의 첫 정규 앨범 'You Could Imagine'을 듣는 순간, 비행기를 타고 이륙해 마지막 곡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착륙하는 머나먼 여행에서 돌아온 환상적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