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정옥… ‘민화, 아리랑’전, 20일부터 갤러리 미술세계

학-장생도(鶴-長生圖), 10m×150㎝ 옻 채색+자개, 2015
“이번 전시는 나의 민화(民畫) 그리기 40년 결산이다. 또한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민초의 문화가 우리전통그림으로 되살아나 이제 현대한국미술의 주요한 장르로서 자리매김하는 의미를 부여하는 장소이다.” ‘민화, 아리랑’초대전을 갖는 민화작가 이정옥씨의 일갈이다.

이번 전시에선 가장 동양적인 천연재료인 옻을 민화와 접목한 옻칠채색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학-장생도’는 작가가 2년여에 걸쳐 완성한 가로10m, 10폭 대작이다. 화의(畵意)는 생사윤회 영원성을 꿈꾸는 인간존재를 학을 비유로 전개하고 있다. 암수의 만남에서부터 자녀의 탄생, 늘 푸른 소나무 아래서의 가없는 언약과 단란한 행복감에 젖은 창포 꽃 피어난 물가를 산보하는 풍경은 생의 아름다운 절정을 보여준다. 이 중 네 번째와 열 번째 작품은 나전(螺鈿)으로 화면을 운용함으로써 작품 메시지의 감동을 더욱 돋우고 있다. 소재가 왜 학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학의 희고 검은 날개위에 앉아 창공을 날아다니며 고매한 자아의 옷깃이 휘날리는 황홀한 상상을 꿈꾸었다. 고귀한 학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장수욕망을 채우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작업뿐만 아니라 민화가 어떻게 현대성에 녹아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리빙아트(Living Art)와 설치작품도 선보인다. 벽지, 이불, 소파, 스탠드, 베개 등을 우아하고 모던한 실용성으로 탄생시켰는데 선조들의 규방문화가 오늘의 라이프스타일과 콜라보 레이션하는 점에서 민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주도, 확장하는 작가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주방장갑 하나하나에 그림을 그려 넣어 이들이 하나의 거대한 꽃이 되는 등 다수의 설치작품 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작업하면서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것들을 한꺼번에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전시의미”라는 그녀는 갤러리 3~5층에 걸쳐 옻 채색화 40여점, 리빙아트 50여점 등 총150여점의 방대한 작업량을 내보인다. 특히 연초에 민화작품으로 전관전시공간을 제공한 갤러리 미술세계의 빼어난 기획과 결정력도 이번 전시의 방점으로 그 시사점이 크다. 이번 이정옥 작가의 스무 번째 개인전은 1월20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02-2278-8388



권병준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