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태수…‘파랑새의 여행’개인전, 13일부터, 롯데호텔갤러리

심한(深閑)의 풍경을 바라보다 돌아서려는 찰나, 화면의 한 마리 새가 낭랑한 목소리로 ‘안녕요’하면 가던 길 못가고 다시 돌아와 반나절 쯤 동무가 되어 주어야 할 것만 같다. 산, 나무, 꽃, 강물, 작은 마을 그리고 파랑새. 화면에 보일 듯 말듯 그러나 빈번히 등장하는 이 존재는 어디선가 홀연히 날아와 자그마한 섬, 바위에 앉아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일엽편주처럼 고독경(孤獨境)으로 옮아온다.

강물에 닿을 듯 바람에 흔들리는 꽃가지가 망각의 그림자를 띄운다. 곧 어둠이 내리고 달이 떠오를 유시(酉時)에 여전히 새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로 고결한 잠언을 건넸다. “허공에서 생긴 새들의 길은/허공의 몸 안으로 다시 들어갑니다/몸 안으로 들어 간 길 밖에서/다른 새가 날기도 하고 뜰에서 천천히 지워질 길을/종종종 만들기도 합니다”(오규원 시, ‘새와 길’) 작가는 신문지를 찢어서 물에 불리고 다시 그것을 손으로 비벼 적당한 접착제와 섞어 캔버스위에 눌러서 평평하게 펼쳐 말린 후 그 마티에르 위에 작업한다. 그럼으로써 일말의 필묵과 감각적 색채운용이 소통하며 풍성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작품스토리에 따라 마른 종이흔적 자체의 질감을 살려 여백 등과 같은 효과를 끌어낼 때는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다.

작가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가시내길, 논과 밭 그리고 화실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에서 곡식과 채소를 기르고 그림을 그린다. 이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일상인데 산뜻하고도 단아한 화면의 풍정(風情)은 그의 품성과도 많이 닮아 있다. 서울토박이인 그가 조용한 지역을 찾으러 다니다가 발견한 곳으로 어느새 16년이 되었다. “작업실 앞 빈들의 풍경은 나름 고요한 것 같지만 자욱한 겨울안개 속 논둑의 조그마한 물길이 흘러가는 소리는 청아하기만 하다. 또 달이 뜨면 적막 가운데 새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러한 모든 것이 대자연이 선사하는 숭고한 서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김태수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은 1월13일부터 31일까지 서울시 중구 을지로 30,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본관 1층 ‘롯데호텔갤러리’에서 열린다. 02-759-7152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작품설명

파랑새의 여행-달빛연가, 73×53㎝, 캔버스에 종이성형, 아크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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