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현경 'Time & Untitle'개인전, 2월18~28일… 서울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THE BAMBOO-SHINING, 251×40㎝ Colored korean ink on paper, 2014
좁고 긴 청청한 숲 한가운데 빛이 들어온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대나무는 강인한 생명작용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우측은, 너무 복잡한 기억을 빼버린 화면으로 맨 위는 하얀 종이를 그대로 두었다. 또 그 아래 공간도 일정정도 비워둠으로써 불필요한 생각들을 걸러내는 느낌을 전하는데 어느 시점부터 숲이 다시 들어온다. 그림이 연속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실상은 비워진 것과 채움이 하나가 되어 흘러 전체적인 작업에서 보았을 땐 채워진 공간이다. 모든 것이 꽉 차있다고 해서 그것이 완벽한 것만은 아니듯 오히려 비워둠으로써 어떤 여지를 주는 배려가 스며있다.

물론 그 여백공간을 채우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휴식하거나 혹은 가벼운 위트도 무방할 것이지만 조금 덜 메우더라도 전체적으로 인생의 길을 가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런 이야기로도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지난 2002년부터 대나무 작업을 시작해 10여년을 직선 안에 바람, 비, 눈 그리고 빛 등 다른 자연이 같이 들어와 또 다른 이미지가 형성되는 작업을 이어왔다. 시원시원하게 숲을 이루었을 때 단숨에 열리며 무한이 뻗어가는 대나무 형태의 확장력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는 곡선보다 직선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과 그런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나무와 관련 깊다.

그러나 최근작에서는 그런 형식이 해체되는 방향의 이미지를 보이고 있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자 하는 인식의 열림이 감지되고 있다. 작가도 "자연은 항상 그대로인데 단지 내가 보고자하는 것만 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그래서 같은 대나무 숲을 그리더라도 어떤 감정상태인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순간의 기억을 담아내고자 했다"라고 작업배경을 말했다.

김현경 작가는 이화여대 동양화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소재, 난달창작공간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작업은 거의 대부분 장지 위에 수묵화로 수묵을 중첩시키는데 이번 전시에서 100호, 300호 또 그 이상크기의 대작 등 총20여점을 선보인다. 'Time & Untitle'전은 2월 18일부터 28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소재,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02)720-5114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