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섭 초대전, 장은선 갤러리 4월 6∼23일

메인 : ‘꿈을 쏘아라’,청동, 철 550x200x800mm
미술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감하는 공유의 에술이다. 작가마다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과 도구는 다르고 그에 따라 공감의 폭과 깊이도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조각가 박민섭의 작품은 독특하고 울림의 결이 남다르다. 작가는 주로 ‘소’ 조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대화하며 그 구성원들의 고단함과 아픔을 위무하고 소소한 행복을 소박하게, 진한 감동으로 전한다.

봄 햇살이 완연해지는 4월, 작가는 ‘황소’를 데리고 올해 가장 먼저 상춘(賞春)의 유쾌함과 진지함을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박민섭 작가의 황소가 다양한 모습뿐 아니라 나무(고재), 돌 등 여러 소재와 조화를 이루며 등장한다.

작가는 소의 의인화 통해 우리의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해학과 풍자로 버무려 순간 미소짓게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 보면 현대인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돼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쇠똥구리’,청동,스테인레스 스틸, 800x830x800m
작가는 ‘소’를 의인화한 것에 대해 가장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하며 죽을 때까지 몸 전부를 인간에 헌신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소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가장(家長), 동료, 우리 이웃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미 소가 장을 본 후 새끼소와 손잡고 귀가하는 모습의 ‘장날’, 자전거 뒤에 호박을 싣고 귀가하는 황소를 표현한 ‘집으로’는 살아가면서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소시민의 모습이 정겹다. 어린 송아지를 안은 황소의 ‘자장가’에선 진한 부성(父性)이 묻어나고, ‘그리운 날에’는 갯바위에서 먼저 세상을 떠나보낸 아이를 그리워하는 부모의 절절한 심정을 담고 있다.

현대인의 고단한 삶이 녹아 있는 황소는 해학적이어서 더욱 절절하다. ‘버티기’는 삶이 고달퍼도 견뎌내야 하는 것을, ‘피에로’는 어릿광대와 같은 고달픈 삶을 받아들여야 함을, ‘숙명’은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삶의 행로를 오롯이 전한다.

‘쇠똥구리’는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쇠똥을 이런저런 자세로 굴리는 소가 안쓰럽게 보인다. 작가는 “쇠똥구리가 굴리고 있는 분비물은 인간의 욕망”이라며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아픔을 겉으로 돌출했다”고 말한다. 거대한 욕망(분비물)에 짓눌려 있기도 하고, 그것에 의지해 서 있기도 한 현대인의 모습을 꿰뚫어 본 셈이다.

인간이 고단한 삶에도 하루하루를 꿋꿋이 살아가는 것은 그 지위에 따른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크게는 ‘희망’이라는 버팀목이 있어서 일 것이다. 작품 ‘꿈을 쏘아라’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궁극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4월 6-23일 전시. 02-730-3533

‘집으로’,청동, 고재, 2600x630x950mm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