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가 정상철…‘新-일월오봉도’ 작품세계

나무로 작업한 ‘新-일월오봉도’다. 해와 달 그리고 폭포와 소나무, 온갖 생명들이 어울린 평화로운 낙원의 꿈을 다섯 산봉우리가 껴안고 있다. 장수와 번영 또 늘 푸름과 무궁무진하게 솟아나는 참신한 영감의 보고(寶庫)로서 재해석된 작품은 작가 손끝에서 두드러지는 양각흐름을 타고 장엄한 세계로 비친다.

오랜 세월 풋풋한 처녀림을 이루었음직한 아름드리 통나무가 어느 날 작업실 앞에 내려진다. 작업재료가 도착한 때의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통나무를 그저 세상사 눈으로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작업자에겐 일종의 나무와 일체감 같은 손끝교감이 분명 있다. 가령 작업할 수 있는 건조한 상태라 하더라도 바로 나무에 도구를 들이대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왜냐하면 나무를 대하는 미덕인데 나만의 고유한 의식 같은 것을 하고 난 후 작업에 들어간다.”

그는 두 폭 나무의 균형을 잡기 위하여 자연건조를 중시했다. 좌우의 흐름이 맞지 않으면 안정감이 흐트러진다. 만약 뒤틀어지면 작업을 해도 이미지가 무너지는데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과 기다림 그리고 정교함을 수용하며 반년에 걸쳐 작업을 완성해냈다.

나무는 도저한 그의 손길에 속살을 드러낸다. 나무에 형상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으며 숨을 불어넣는다. 그것은 영원의 거처를 안내하는 숭고한 의식 곧 나무의 재탄생인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 들어갔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어떤 강렬함을 느꼈었다. 작업계획을 세우고 초벌그림을 작업할 때부터 묘한 깊은 울림이 전해왔다. 감히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위엄의 아우라가 가슴을 후끈하게 덥혔다. 그 후부터 오직 작업에만 몰입했다”라고 말했다.

선과 절벽각도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산은 깊이 팠다. 웅혼함이 더 부각됐다. 달 옆의 구름은 옹기종기 포근하게 감싸주는 어머니 품처럼 안정감을 선사한다. 나무의 결은 깔끔하게 처리하지 않고 마치 신화나 설화가 담겨져 있는 듯 자연성을 그대로 살렸다. 이와 함께 은은한 달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강렬한 채색은 피했지만 작품에서 색채를 가미한 부분은 ‘해’가 유일하다. 늘 푸른 기상의 소나무 껍질은 풍상을 견뎌 온 세월의 굴곡이 전해 오듯 울퉁불퉁하게 표현했다.

그는 “초벌하고 다시 그 위에 그림 작업을 하여 또 깎아냈는데 그렇게 세 번째에 마무리 할 만큼 정교하고 세밀한 공력을 들였다. 해, 물, 소나무, 바위 등 화면구성 요소들이 서로 밸런스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정밀한 계산과 긴장의 연속 이었다”라고 토로했다.

해와 달에 각각 한 마리씩 띄운 암수 한 쌍 거북이는 나름의 독창적 해석으로 반영했다. 폭포수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청량한 물결에 거북이가 유영하는 풍경은 동경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목공예가 정상철 작가는 지난 1989년 대한민국전국동아공예대전에 입상했고 이후 1990~1994년까지 대한민국전국산미공예대전에 연속 입상했다.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소재 ‘꿈에 나무목공예’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지난 겨우내 작업하느라 이발도 못했다며 터벅머리로 반겼다.

“작가는 누구나 자신만의 독창적 작업세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 작업은 조형성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도 작용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나는 반듯하고 꼿꼿하게 풍상을 견디며 성장한 튼실한 나무의 품격에 심상의 혼을 심어 한국의 정신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新-일월오봉도’는 그러한 맥락에서 보아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작품캡션

新-일월오봉도, 130×72×3.5㎝(each), 마디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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