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윤정‥‘감성’展, 15일까지, 베이커리카페 쏠벵에서

얼마나 탐스러우면 질투의 꽃잎으로 불릴까. 나약해지는 건 어리석은 생각인거야. 흰 꽃, 노랑꽃에도 벌이 날아드는 건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 은빛실크 위 화이트와 코발트블루 컬러의 아네모네 꽃이 수놓인 커튼이 실바람에 가벼이 흔들리네. 창을 열자 봄볕이 문을 부수듯 쏜살같이 밀려들었어. 햇살은 선율에 맞춰 황홀한 빛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DJ Okawari(디제이 오카와리)의 몽환적이며 눈부신 피아노선율 ‘Flower Dance’가 마음을 푸른 초원으로 안내하였지. 키 작은 꽃 한 송이가 들릴 듯 말듯 속삭였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한다지? 인간사 마찬가지. 영원한 것이 있을까. 아마도 해마다 봄꽃이 피니 잊어버리나 봐!’

그리스ㆍ로마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이오의 강’(사진왼쪽)은 바람둥이 제우스의 본처인 헤라의 질투로 암소가 된 눈부신 미모의 요정 이오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화면은 공작새 한마리가 아름드리나무 등걸에 환상적인 긴 깃털을 윤기 나게 빗고 우아하게 앉아있다. 100개의 눈을 다 감는 일이 없어 이오를 감시했다는 거인 아르고스가 죽자 헤라가 그의 눈을 깃털에 장식으로 넣은 새가 바로 공작새이다. 강 건너엔 또 한 마리의 공작이 바라보고 있는데 투명하고 잔잔한 물길이 흐르는 주변엔 이오의 미모를 시샘하는 헤라의 치밀어 오르는 속마음처럼 만발한 꽃들이 가득 피어있다. 훗날 이오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 작가는 “앞으로도 신화를 주제로 이야기가 있는 작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맑음과 감성의 묘약

수채화 작업은 수성 그림물감과 다채로운 기법으로 그린다. 물과 시간의 조화가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의도하고자 하는 방향이 무너질 수 있고 한 번 붓질이 잘못 가면 작업자의 생각이 담긴 작품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때문에 작업은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작가는 수채화의 매력에 대해 “물과 물감의 우연적인 효과는 그 어떤 말로도 드러낼 수 없는 감성을 묘사해 낸다. 굉장히 매력적이며 몰입으로 이끌기 때문에 작업을 멈출 수 없게 한다”라고 피력했다.

작가는 경기도 용인의 예림전원주택에 살고 있다. 작업실 창을 열면 펼쳐지는 전원풍경은 저절로 붓을 들게 할 만큼 감성을 자극한다. “새싹은 생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아기자기한 집들과 뜰 앞의 앙증맞은 꽃들 그리고 울긋불긋 피어나는 봄 동산 풍경은 나의 감수성을 일깨운다. 그런 맑은 정신과 서정이 캔버스 위에 표현될 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쏟아내는 감정처럼 하루 종일 작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신작들은 봄을 기다리고 오는 소리를 들으며 작업한 결실이다. 지난겨울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서 대지의 기운을 품고 조그만 싹을 틔우는 발아에서부터 봄을 찬미하는 형형색색 꽃들의 환희까지 절절히 체감한 그야말로 몸과 마음의 감동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봄을 완전하게 느낀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루의 시작과 끝을 붓질과 동행했고 아가페의 느낌을 고상하게 표현하여 관람자와 공감하고자 애썼다. 희망과 인내, 그리움과 설렘 그리고 꿈과 사랑, 존경과 배려의 노래를 담았다. 올 봄은 나에게 완전한 계절의 감흥을 선사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서양화가 김윤정 작가는 지난해 10월 ‘장욱진미술문화재단 내 고택’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이번 그녀의 ‘감성’전(展)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소재, 베이커리카페 쏠벵(Solvang)에서 4월18~5월15일까지 열린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작품캡션

△좌측=이오의 강, 162×112㎝ Water Colors on Paper, 2014 △우측하단=설렘, 41×33㎝ 상단=Moment, 41×33㎝, 2016

서양화가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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