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인태‥6월10~19일 ‘2016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출품

식물이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는 삼투압, 대상들이 내 것을 봄으로써 깨달을 수도 있고 나 역시 그렇게 하려다 보니 내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경험처럼 날 끝에서부터 사건이 시작하듯 커팅에지(cutting edge)는 자아를 찾아가는 경로와 무관치 않다. 그런 성찰의 노정에서 혹 진리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찾는 낯섦 또는 편안한 여러 방식 중 희로애락을 예술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극도로 실험적인 입장의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조각가의 행보와 다름 아니다.

한복판을 자른 배추다. 잘리어진 형태를 바라보았을 때 한쪽은 조각이 되어 있다. 또 다른 단면은 스테인리스를 설치했다. 그럼으로써 맞은편 조각된 면이 투영됨은 물론이거니와 그 사이에 들어가면 자신의 모습이 투사된다. 마치 배추 안에 실제로 있는 듯 한 경험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덩치가 큰 것에 압도당하고 순간 두려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흔히 ‘속이 꽉 찬 배추’라는 말처럼 주름 잡힌 빠듯하면서도 생생한 느낌의 밀집된 줄기와 단면들 틈에서 문득 소름 돋는 공포를 경험한다면 작가의도와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확대 재생산되는 그 사이에서 관람자는 돌연 동물화 되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데 조각을 표현적으로 그렇게 의도한 부분도 있고 공격성 내지는 그로테스크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른 단면은 하나의 선명한 경계다. 그럼에도 식물에서 동물성을 또 다시 식물로 되돌아가는 유기적이고도 순환적인 에너지에 동승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체험을 선사한다. 이점은 배추임에도 배추이상의 가르침을 엿볼 수 있고 동시에 그러한 의식을 환기시킨다.

이 작품은 지난 2004년 주목받았던 ‘사과-모자상’과 더불어 발표되었는데 이후 2008년 보완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조명하게 되는데 무엇이 그를 배추작업에 오랫동안 천작하게 하는지 궁금했다. “이 작품은 ‘생태학이 있는 풍경’시리즈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배추를 의인화시키는 등 식물의 수동성을 육적인 대상으로 변화시켜 움직이는 현상을 추적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그것이 무기적이거나 유기적 결합이든 나아가 본래의 자연을 환기시키든 생물체의 길항(拮抗)을 배추단면의 간극 안에서 찾아보고 구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한국 사람들이 가장 널리 애용하는 김치재료로서 배추의 보편적인식대상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소재로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작품은 어떠한 관계성에서 낯선 현실을 만날 때 존재를 일깨워주는 통로로서 작용할 수 있는 요인도 설정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연관들은 일상에서도 흔히 만난다. 서로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의 관계나 정보화시대 고립화되어가고 있는 개인 등인데 작품 안에 들어가서 그러한 일면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한편 회화작품도 병행하는 멀티미디어아티스트 김인태(intae kim, 홍익대 교수)작가는 오는 6월10~19일까지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강대공원 내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2016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2016)’에 출품한다. 그는 “이번 전시가 강변에서 열리는 오픈 된 공간이다. 배추작품이 하늘과 공기를 만나 심호흡하는 듯 또 다른 현장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작품 사이에서 선명한 ‘나’를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좀 더 본질적인 것을 시지각(visual perception) 차원에서 체험할 수 있는 그래서 인문학이나 수사학적으로 그런 관점에서 재료와 형태를 다루는 작업에 대해 늘 고민과 연구의 선상에 있다”라고 전했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작품캡션

▲내속의 배추-Potentia, 210(h)×230(w)×180(d)㎝, Stainless Steel, Fiberglass, 2008

▲조각가 김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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