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세계문학상’ 수상자 조영주 <붉은 소파> 출간

“누구에게나 인생에 단 몇 컷 뿐인 ‘결정적인 순간’이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해 적고 싶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겪는 ‘인생의 굴곡’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늘 지니고 다니는 무거운 ‘뷰카메라’는 그가 느끼는 인생의 책임감, 그 부담감의 무게를 의미한다.(…) 인생의 굴곡, 삶을 얘기하고 싶었다.”

추리소설 <붉은 소파>로 제1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조영주(37) 작가는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작품을 통해 ‘진짜’ 전하고 싶은 것은 ‘굴곡인 인생(삶)’이라고 했다. 인생은 누구나의 것이고, 한 사람만의 것이기도 한 지극히 개성적인 존재로 소설의 본질적 소재이자 끊임없이 추구해 갈 주제라고 했다.

<붉은 소파>(해냄)는 19살에 찍은 사진으로 단숨에 스타작가가 되지만 중년에 이르러 딸이 붉은 소파 위에서 살해 당한 뒤 범인을 찾기 위해 그 붉은 소파를 가지고 15년 간 전국을 떠돌며 사진을 찍는다는 독특한 구성이 뼈대를 이룬다.

딸을 잃은 트라우마로 방황하던 주인공은 경찰로부터 시체 사진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여러 살인사건에 개입하던 중 딸이 희생된 연쇄살인사건의 진실과 맞닥뜨린다. 살인사건의 현장에서의 사진은 ‘결정적 순간’을 담아내는 것으로 주인공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간다.

한때 전문지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한 경험과 평소 사진찍기가 취미라는 작가는 작품을 출간하는 과정에 두가지 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작가는 “사진작가 구본창의 ‘태초에’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며 작품 속 주인공은 구본창을 모델로 했다고 털어놨다.

구본창은 현실의 기록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사진관(觀)을 뛰어넘는 사진 미학으로 한국현대사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대표작 ‘태초에’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 그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을 표현한 작품으로 소설 속 주인공의 삶과 닮았다.

또한 작품에서 스타작가로 명성을 얻고 살아가는 과정과 303 연쇄살인 사건 당시 찍은 모자이크 사진은 한 땀 한 땀 사진을 꿰매 완성한 작품으로 과도 흡사하다.

작가는 “주인공은 40년간 사진을 찍었는데 주변에서 계속 여자들이 죽어간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뒤 비로소 한 장의 명작을 찍게 되는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프랑스 사진작가)이 말한 ‘결정적 순간’은 이렇게 의도치 않게 탄생한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감은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독일 사진작가 호르스트 바커바르트의 ‘붉은 소파’ 사진집이다. 30여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붉은 소파 위에 사람을 앉혀놓고 사진을 찍은 바커바르트의 작업은 소설 주인공의 그것과 유사하다.

숭실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를 주로 쓰다가 미야베 미유키, 마쓰모토 세이초 등 일본 유명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섭렵하고 습작을 시작했다. 2011년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우수상, 2014년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추천우수상을 받았으며 예스24e-연재 공모전에서도 우수상을 받아 장편을 연재하기도 했다.

작가는 “추리의 재미만 주는 소설보다 한 사건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인생에서 의도치 않게 탄생하는 ‘결정적 순간’을 계속 포착하면서 삶의 굴곡을 지닌 인간과 그들이 어울려 지내는 사회의 긴장된 관계를 주목한다는 의미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박종진 기자

*사진=‘제12회 세계문학상’ 을 수상한 조영주 작가가 5월 30일 기자간담회 후 신간 <붉은 소파> 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해냄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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