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송송미서‥‘존재-irony’시리즈 작품세계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과학문명발전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린다. 특히 다양한 매체 등에 의한 체험과 그 형식들은 익숙한 것들을 정말 단기간에 바꿔놓고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지각방식중심에 우리들 ‘몸’이 있다. “신체는 모든 감성적 종합이 이루어지는 출발점으로서 주체의 감각세계는 모든 주체의 신체를 중심으로 정돈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체의 모든 지각작용은 신체가 차지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시간과 여기 이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다.”<후설과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 이남인 지음, 한길사>

일본 오사카 먹자골목인 도톤보리(道頓堀)에 있는 명물, 북치는 ‘쿠이다오레 인형’을 소재로 한 작품 ‘Memory’는 마치 있는 대로 다 먹겠다는 듯한 욕구의 커다란 입과 구성하여 흥미를 끈다.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거기에 드럼의 콩닥닥콩닥닥 흥겨운 리듬이 더해지면 어떤 식감일까. 고단한 일상의 현대인들에게 입 안의 충만감은 강력한 스트레스 해독제(antidote)라는 점에 미루어 ‘먹다죽자’라는 의미로도 회자된다는 그 인형의 존재이유는 선명해 진다. 웃거나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시시각각의 기분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입모양은 거울을 보고 있지 않는 이상 자신은 볼 수 없다. 간과하기 쉽지만 대상과의 소통수단으로서 입은 매우 중요한 신체기관이다. 사랑과 행복의 표현 그 시작점이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마음을 알아달라는 그런 답답한 심경을 해소하는 입 모양을 부지불식간 가까이 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입’을 테제로 한 작품들은 그림이 소통의 매체가 된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시킨다. 이처럼 나지막한 속삭임 혹은 소리 지르거나 한편으론 먹는 것이 삶의 중요한 트렌드가 되는 시대에 화면의 입들은 우리들 자화상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가꾸는 유쾌한 충만감

철학자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신체와 심리현상은 서로엄밀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 존재 영역이 아니라 실존(existence)이라고 불리는 동일한 사태의 서로 다른 두 층에 불과 할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금쪽같은 내 몸과 자아가 상호적 관계를 맺는 가운데 성찰의 시간을 공유하고 존재의 숭고함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나를 스스로 보살피는 아름다운 메시지다. 그런 깨달음의 주체로서 자상한 언어와 태도, 느낌, 더불어 삶, 스스로에 대한 사명감 등은 유기체간의 얼개들을 더더욱 건강하고 튼튼하게 결합하게 할 것이다.

작가는 “나의 작업은 시청각, 공간과 시간, 입체와 평면 등을 함께하는 신체지각으로서의 동시성(同時性)을 요구하고자 한다. 이것은 빠르게 진화하는 미디어시대 욕구를 대변(代辯)하고 충족시키고자 추구하는 독창적조형성”이라고 밝혔다. 화면은 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얼굴은 단지 일부만 흐릿하게 드러날 뿐이지만 입표정이 주는 전달력으로도 충분히 신체의 움직임이나 동작을 연상케 한다. 화(anger), 기쁨 등의 감정 상태에 열려있는 셈인데 나와 너, 질서와 무질서, 의식과 무의식, 정신과 물질세계 등에 대단히 감각적인 관련성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동시성은 요행이나 운 같은 우연의 일치와는 다르다. 동시성은 의미 있는 정보를 품고 있을 수 있는 숨어 있는 패턴이다.”<알렉스 마쿠 著, 라이프사인, 이경아 옮김, 황금거북>

화가 송송미서(SONGSONGMISEO)작가는 일본 교토세이카예술대학과 나라국립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갤러리 새이까(도쿄도 긴자) 등 일본에서 개인전을 6회 가졌고 송송(SONGSONG)이라는 아티스트명(名)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 귀국하여 ‘2012MANIF(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부스개인전을 가졌다. 최근에 대작을 그리기위한 공간과 환경을 찾아 전남 고흥군 도화면 소재, 농가주택을 화실로 개조하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인간의 욕망을 회화적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작가는 템페라(tempera)기법과 관련한 도서출판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사진캡션

△(좌)=happy, 73×60㎝ oil on canvas, 2012 △(우)=Memory, 162×162㎝, 2007

△happy, 183×227㎝, 2005

△화가 송송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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