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靑史) 이동식 초대전 ‘인생 찬미’… 장은선갤러리 11월 22일까지

예술은 메시지다. 특히 미술은 작가의 삶에 시간의 두께가 오롯이 배인 그만의 메시지다. 그 시간은 작가마다 인생의 깊이와 폭이 다르듯 작품에 개성적으로 나타난다.

청사(靑史) 이동식 화백의 최근 작품에선 그가 70년 가까이 화도(畵道)를 걸으며 마주한 고괴와 예술적 자기파괴, 열정적 실험, 삶의 뿌리와 우리의 정서에 천착하면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화법을 견고하고 일관되게 다져온 과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런 청사의 최근작을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13년만에 같은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 이 화백은 “그림엔 삶과 시간이 어떻게 쌓여왔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죠. 나이를 먹어도 삶과 예술 앞에 겸손해지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돼요”라고 말했다.

이 화백의 말대로 그의 작품엔 그만의 화업(畵業) 인생이 담겨 있다. 색, 구도, 소재 등이 언뜻 수십년 전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더욱 깊어지고 삶의 관조, 여유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화업 과정에 겪었던 ‘벽’을 넘어서려 했던 열정은 그대로이다.

청사는 전통회화를 하면서도 순수 추상은 물론, 오브제 작업까지 넘나들었다. 수묵산수에서부터 화조, 인물, 풍속, 문인화 등 막히는 데가 없다. 동양의 먹과 서양 물감이 자유롭게 어우러지고 화선지나 캔버스에 머물지 않았다.

그의 화업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70년대 초 국전 출품작(동양화 부문) ‘태초(太初)의 바람’은 화선지와 먹, 붓 대신 붉은 동판과 철판을 매체로 산소용접의 화염을 조형수단으로 삼은 파격적 실험 작품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마뜩잖게 여겼지만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분출하는 생명력 화염의 철판 작업’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로 극사실, 추상, 철판작업 풍속 등 온갖 장르를 광활하게 섭렵해온 그의 작품세계는 언제나 도약의 에너지로 충만하다”며 극찬했다.

청사는 현실을 뛰어넘은 자유로운 이상세계에서 학, 봉황, 말 등이 노닐고 뛰어다니는 신비로운 모습과 한국의 소박한 농촌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인간사를 다양한 크기의 평면회화 속에 새로운 조형언어로 묘사해왔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작이란 자신의 작업을 포함하여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를 부단히 꿈꾸고 탐색하는 과정의 연속이어야 한다”며 늘 참신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작가의 예술가적 열정과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청사의 작업은 순지와 요철지에 먹을 비롯한 다양한 혼합재료를 사용해 동양화에서 감상할 수 있는 번짐효과를 포함해 비정형적인 선 굵기의 변주들을 통해 세련되고 독창적인 한국화를 완성했다.

11월 22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밝은 색감과 역동적인 소재묘사를 통해 환희, 사랑, 감동 등의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청사 방식의 조형언어로 표현한 작품 60여 점이 선보인다. 청사는 “작품에 담긴 한국인의 숨결을 느껴보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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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사진 캡션

청사 이동식 화백이 장은선갤러리 작품 앞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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