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동수‥‘숨결의 始’초대전, 28일까지, 갤러리조은

“악기는 고정된 세계의 현현이다. 주법은 이 현현을 허물어뜨리려 한다. 그러나 주법은 진동의 미세한 입자를 시간 속에 끼워 넣으며 악기의 경계와 세계의 경계를 건드릴 뿐인데 이 건드림, 이 건드림이 직조해내는 무늬, 이 진동의 미세한 입자들이 뿜어내는 숨과 그 숨의 웅숭그림이 천변만화해내는 세계,”<허수경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中, 문학과 지성사>

눈부신 햇살, 교교히 흐르는 달빛이 솜털처럼 부드러움의 극치로 파도에 스민다. 비로서 빛과 물이 섞인다. 단 한 번의 물결을 위해 바다는 빛을 껴안고 온 정성을 다해 밀려들고 흔적 없이 자리를 내어준다. 파도가 단지 부유하는 물방울이 아닌 질서이듯 현악기 한 줄을 툭 건드리면 다른 줄이 울리는 공명과 개별적 존재가 삼라만상 그 자체라는 인드라(Indra) 진주구슬 역시 서로에 울림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시원(始原)이며 어머니의 마음이리라.

웅대한 묵언기운이 서려있는 거뭇거뭇한 퇴적의 대지가 햇살에 반들거리며 수줍게 현(絃)을 퉁긴다. 꽃향기, 테너 호세카레라스가 부른 쇼팽 곡 Tristesse(슬픔), 해풍이 달빛을 불러 블랙바탕에 가뭇없는 생의 자취를 남기며 흘러가는 심연우주의 노래이다. 이것은 또한 부조리한 정신의 오염과 배설물과 가끔씩 폭우와 홍수에 휩쓸린 채 쓰러진 고목의 등걸과 동물의 썩은 몸, 벗어나고픈 것들을 마침내 녹여낸 켜켜이 쌓인 시간의 역사, 흙이기도 하다.

작가는 기억을 이렇게 토로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고무신을 잃어버렸는데 시골이라 집까지 오려면 1시간은 족히 걸어야만 했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데 논밭사이를 건너 맨발로 돌아오면서 발가락 사이 쏙쏙 올라오는 진흙감촉이 재미났다. 혼날 걱정보다 흙의 따뜻한 촉감이 너무 좋았다.”

뜨거운 감동의 몰입

지난 2007년 드림갤러리 개인전을 끝내고 고향으로 내려가 그림의 변화를 고민할 때였다. “어느 날 새벽에 차(茶)를 마시고 빈 찻잔을 들고 바라보다 전광석화처럼 ‘그림으로 그리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조형미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릇의 한국적 미의 메타포를 향한 연구와 작업에 매달렸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으로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지척에 작업실이 있다. 매일 늪지와 야트막한 동산, 해송과 육송 우거진 숲길을 산책하고 10분만 걸어가면 바다를 만난다.

“어느 날 밀려오는 파도가 유난히 하얗게 보였던 때가 있었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끊임없는 열정의 무한반복 파도처럼 나도 저렇게 애정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거짓말처럼 질그릇 작업을 하는데 대지와 바다가 오버랩 되어 가슴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뜨거운 벅찬 깨달음이었다. 며칠을 붓을 놓지 못하고 몰입해야만 했었다.”

한편 이동수(LEE DONG SU)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금산갤러리, 가나인사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이번 아홉 번째 ‘숨결의 始’전시는 신작 20여점으로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2월1일부터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2010년부터 세계유수아트페어에 지속적으로 출품하고 있는데 특히 2013년 아트파리(Art Paris Art Fair), 스위스 스콥바젤(SCOPE BASEL), 비엔나아트페어(VIEN NAFAIR)를 비롯하여 2015년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Art Stage Singapore)’에서도 솔드 아웃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에게 화가의 길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사람들에게 편안한 친구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한다. 먼 훗날 후손들이 나의작품을 보고 ‘이런 생각과 노력을 했었네’라며 힐링과 감동되는 그런 화가로 남고 싶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캡션

1-Flow-Bowl, 180×70㎝ Oil on canvas, 2017

2-162.2×112.1㎝

이동수 작가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