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서양화가 전원근‥‘쉼’개인전, 5월 18~6월24일, 갤러리LVS

“자신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말라. 강요는 분열의 길이요 절망의 길이며 핵심을 놓치는 길이다.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다. 여기서 자신을 깨달으라. 이미 존재하는 참 나를 깨달으라. 외부상황을 걱정하지 말라. 내면의 밭을 가꾸라. 틈새에 의식을 모으라. 그러면 생각이 사라지고 틈새의 존재를 깨닫는다.”<쉼, 오쇼 지음, 손민규 옮김, 태일출판사 刊>

부드러운 햇살의 기운이 얇은 드레스 위를 따뜻하고 고풍스러운 편안함으로 스미는 듯하다. 천 년을 묻혀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보물의 흔적처럼 빛바랜 금빛이 원(圓)에 아른거린다. 색채들은 재료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산물이다. 동시에 작가 안에서 걸러지고 경험을 바탕으로 절제되어 나타난, 자기화의 감성분위기를 연출한 것이기도 하다. 화면은 점, 선, 면 등 미니멀 한 구성요소로 녹아들어가 서로 보듬는다.

“나의 작업은 내 삶과 감정을 반영하는 하나의 도큐먼트가 정리되어 있는 집합체다. 나의 감성과 느낌, 욕구, 본능, 직관 심지어 손목의 힘까지도 그림 속에서 보여진다. 때문에 사회적 문제나 추상적, 철학적 이론으로 내 그림을 치장하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다. 절제된 색과 정제된 표현에서 회화적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색 흔적, 또 다른 탐미세계

작업은 우선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열다섯 번 정도 색을 겹겹이 올린다. 일종의 밑칠과 방수처리되는 작업을 겸하는 셈인데 그 다음 빨강, 노랑, 초록을 희석시켜 오십 번 정도 엷게 쌓아 바르고 물과 붓으로 닭아 낸다. 그러면 아래서 우러나오는 발색은 불화의 그것처럼 벗겨진 자국들이 겹치고 은은하게 자연스러운 빛이 비치게 되는 것이다.

“색칠한 후 닦아내지만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있어 결국은 또 다른 색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닦는 행위를 많이 반복하는 과정에서 색의 흔적을 결정짓게 된다. 그러면 색은 적절한 농도와 채도로 부끄러움을 타듯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나는 그들을 통해서 위안을 받고 타인에게 메시지를 말없이 전달한다.”

전 작가의 작품세계는 줄곧 ‘Untitled’로 이어오고 있다. 초기 작업은 하얀색 바탕에 검은 아크릴을 올려 닦아낸 흔적을 남겼고 점차 더 다양한 칼라가 들어간 기하학과 모노크롬적인 작업을 거치며 진화해 오고 있다. 그러나 색과 형상, 공간의 활용 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포함한 조형 틀은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시간의 흔적들을 벗겨내 포근한 친밀감을 드러내는 컨템퍼러리한 작업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시명제 ‘쉼’에 대해 물어보았다. “최근 1년 사이 전시는 밀려오고 계속 작업하고 그렇게 너무 바빴다. 작업과정도 전시를 통해서도 편안하고 스스로 위안을 받고 싶었다. 관람자들이 봤을 때 복잡한 예술사적 의미나 화려한 테크닉 보다 고요함 속에 흐르는 명상적 평온을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전원근 작가는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조형예술대학을 수료했고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를 졸업했다. Werner Klein(쾰른), Cubus-m(베를린) 등 갤러리에서 다수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는 5월 18부터 6월24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길, 갤러리LVS에서 열린다. 독일중서부 뒤셀도르프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그는 인근공원을 자주 산책하면서 작업에 대한 생각보다 그냥 휴식하면서 오히려 비우는 시간을 즐긴다고 했다.

화가의 길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유학을 갔을 때 처음엔 누구나 그러하듯 불확실했다. 지금은 스트레스보다 오히려 여유를 가지려 한다. 그렇게 시간은 라인 강물처럼 흐르고 나는 그 물결에 비치는 화가의 숙명을 보곤 한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캡션

-Untitled,150×100㎝ Acrylic on canvas, 2016

-Untitled,145×105㎝, Acrylic on canvas, 2017

-전원근(ARTIST JUN WON KUN)작가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